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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여름이 동료들과 함께 퇴근준비를 마치고 회식 장소로 옮기려고 할 때 경찰관 몇 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어느 분이 강여름 씨입니까?” 직원들이 서로 쳐다보자, 여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전데요…”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관 두 명이 양쪽에서 팔을 휘감았다. 경찰 한 명이 사무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새벽 루브린그랜드호텔 화재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강여름 씨를 체포합니다. 강여름 씨는 저희와 경찰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신고에 의하면 얼마 전까지 TH디자인그룹 공사 책임자였던 분이 강여름씨라고 하는데 맞습니까? 조사에 순순히 응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름의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았다. “그건 제 책임이 아니에요. 제가 책임자에서 물러난 것이 벌써 두 달이 넘었어요! 회사에서 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거라고요!” “여기서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리베이트를 받고 무허가 전기설비 업체를 선정했다는 증거를 TH그룹 측에서 이미 제출했습니다. 여기에서 변명하지 마시고 경찰서로 갑시다.” 경찰관들이 강제로 여름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어떻게 알았는지 1층 로비에는 벌써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뭐가 스타 디자이너야? 리베이트 준 업체에서 전기설비를 불량으로 했다가 화재가 발생했다더군.” “오 마이 갓! 도하건축디자인에 인테리어 의뢰하고 선금까지 지급했는데 얼른 환불 받아야겠군.” “나도 그래야겠어. 우리 건물에도 불나면 어떡해!” “……”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도하에 지불했던 금액을 환불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심지어 공사중인 고객들도 불안에 떨며 찾아와서는 이것저것 따져 물었다. 도하건축디자인의 기업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 경찰서 조사실. 좁고 캄캄한 공간에 전등 하나만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여름은 눈이 부셔 현기증이 났지만 이를 악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전 이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니까요. 당시 저는 디자이너였고 이민수 씨가 프로젝트 매니저였어요. 모든 자료는 그 사람이 관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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