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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장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다짜고짜 심한 욕설이 들려왔다. “네가 이서현이냐?” “야, 포르쉐 타고 다니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잘나가는 집안이 없었다면 네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넌 감정이라는 게 없는 사람이지? 도대체 네 부모님은 널 어떻게 키운거니?” “내가 봤을 땐 다 똑같아. 괜히 경성 사람들 역겹게 만들지 말고 가족들이랑 꺼져.” 남자의 첫마디를 들은 순간 이서현은 재빨리 녹음 버튼을 눌렀다. 한차례 욕설이 끝나자 이서현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핸드론 너머의 남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답했다. “번호? 이미 단톡방에 널린 지가 언제인데. 사람 괴롭힐 때는 이런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나 봐?” “나말고도 전화할 사람이 많으니까 당당하면 번호 바꾸지 말고 기다려.” 남자의 노골적인 협박에 이서현은 안윤아가 눈빛을 교환한 후 태연하게 답했다. “그럼 어디 한번 기다려보죠.” 이서현의 말이 끝나자 남자는 킬킬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곧이어 화면에 ‘녹음이 저장됨’이라는 알람창이 떠올랐고 이서현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를 본 안윤아는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 “경찰에 신고할 거지?” 이서현의 번호가 유출됐다는 건... 이 번호로 전화를 건 모든 사람이 그녀의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지어 녹음까지 했으니 방금 통화했던 남자는 감방에서 족히 몇 년을 살 수 있다. 이서현은 이런 상황이 흥미로운 듯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난 번호 안 바꿀 거야. 몇 명이나 전화 올지 궁금하네?” 이서현의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다시 울렸고 이서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힐끗 보고선 무시했다.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다 신고할 건데 뭐.” “윤아야, 나 배고파. 우리 나가서 뭐 좀 먹을까?”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악플러에게 전혀 영향받지 않는 이서현의 모습에 안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서 먹을래? 아니면 나가서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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