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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나한테도 기회를 한 번 줬으면 좋겠어.” 김강인은 이서현을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전혀 기분 나쁜 미소는 아니었다. 말을 마치기 바쁘게 김강인의 뒤에서는 무언가 떨어지는 쿵 소리가 났다. 이서현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뻗었다. 김도하가 비웃음 서린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도하 씨...” 이서현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나 김도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나 했는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네가 이겼어.” 바닥에 떨어진 것은 부기를 빼는 약이었다. 바닥에서 나뒹구는 약을 보고 그는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허리를 숙여서 약을 주워 든 그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성큼성큼 멀어져갔다. 김도하는 김수영에게서 이서현이 심하게 다쳤다는 말을 듣고 약을 전해주러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그의 마음만 우스워졌다. 그를 제외하고도 그녀를 걱정해 주는 사람은 많았다. 그녀는 그의 걱정이 전혀 필요 없어 보였다. 이서현은 제자리에 한참이나 얼어붙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챘다. ‘도하 씨가 왜 왔지? 설마... 나한테 뭘 주러 온 건가? 직접?’ 이서현은 쓰레기통 옆으로 걸어갔다. 안에 버려진 약을 보고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래?” 김강인이 걱정되는 듯 물었다. 이서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복잡한 기분을 지우려고 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서현은 잠깐 멈칫하다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한 다음 저를 좋아하든 말든 삼촌이 알아서 하세요. 하지만 삼촌의 마음을 무조건 받아줄 거라는 확신은 못 하겠어요. 죄송해요.” 김강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 보였다. “너한테 무언가 강요하려는 건 아니었어. 난 그냥 후회를 남기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 “지금쯤이면 식사 준비됐겠다. 밥 먹으러 돌아가자.” 이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김도하와 마주치게 될 거라는 생각에 고민되는 듯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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