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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김도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아주 기회를 놓치지 않는구나?” 말을 마치고 나서 그녀를 무시한 채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낮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귓가에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자 이서현은 쓴웃음을 짓더니 착잡한 얼굴로 휴지통에 버려진 사진을 집어 서랍에 넣고 자물쇠를 잠갔다. 사실 3년 전 그날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둘은 자선 행사에서 처음 보았다. 당시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초대받은 사람은 여자 파트너와 동행할 수 있었는데 워낙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엄마인지라 결국 자신이 아빠를 따라나서게 되었다. 자선 행사의 첫 번째 순서는 바로 경매였다. 경매에서 김도하는 모든 사람을 통틀어 청나라 서화를 최고가로 낙찰받았는데 국립박물관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그리고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도 모두 자선단체를 위해 기부했다. 바로 이런 선행 때문에 김도하에게 매료된 그녀는 매력적인 모습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이 사진도 자선 행사 당시에 어렵게 도촬한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1년 뒤에 김상철이 먼저 찾아와 혼사를 제안했고, 이서현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동의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세월 동안 개인의 매력과 사생활은 완전히 별개이며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곧이어 이서현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표정 또한 슬픔이 묻어났다. 3년이라는 시간은 교훈을 얻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김도하와 끝장을 내야 할 때가 왔다. ... 김도하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오후 4시가 넘었고, 이서현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 일어나 앉아 무의식적으로 휴지통을 힐끗 쳐다보았다. 말끔하게 치워진 휴지통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방금 이서현이 휴지통에 버린 사진이 사라진 것을 보아하니 처분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 그러든지 말든지.’ 김도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이내 자신을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갔다. ... 널찍한 거실. 소파에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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