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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이서현은 어머니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네? 도하 씨가 자고 간다니?” 본가든 핸즈 별장이든 김도하는 밤이 되면 마치 그녀가 귀신이라도 되는 듯 피해 다니기 바빴다. 가끔 늦게 갈 때면 욕구만 채우고 떠났을 뿐 하룻밤 묵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꿍꿍이를 꾸민단 말이지? 어리둥절한 이서현의 모습에 정미숙은 딸이 아직 모르고 있다고 확신했다. “요즘 둘이 왜 그래? 김서방이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 너랑 집에 같이 돌아오지 않겠나, 이제는 자고 가기까지 한다니?” 정미숙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서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엄마, 사실 나 최근에... 핸즈 별장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이참에 이혼도 언급했는데 도하 씨가 안 하려고 계속 질질 끄는 중이죠.” 정미숙은 납득이 안 갔다. “그럼 이제 와서 이러는 이유는 또 뭐지? 내 기억으로... 널 꽤 싫어하지 않았어? 그나저나 진짜 이혼할 생각이야?” 그녀의 목소리에 의혹이 가득했다. 딸이 김도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려 4년 넘게 이어온 감정인데 어떻게 한순간에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 이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 “임태연이랑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는데 아무리 좋아하는 남자라고 해도 어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대하겠어요?” 이에 정미숙의 가슴이 미어졌다. “딸, 네가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엄마와 아빠는 네 결정을 무조건 지지할 거야. 넌 걱정하지 마. 우리가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테니까.” 이서현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 “엄마, 고마워요.” 정미숙은 딸의 어깨를 토닥였다. “남사스럽게 왜 그래?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자, 네 아빠가 곧 돌아오시니까 얼른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 정미숙이 말하자 이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로 걸어갔다. ... 김도하는 제집 안방처럼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정미숙의 말이 생각난 이서현은 화가 발끈 나서 씩씩거리며 김도하에게 다가가 두 사람만 들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하 씨,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죠?” 김도하는 일부러 모른 척했다. “뭐가?” 이서현은 이를 악물고 미소를 억지로 쥐어 짜냈다. “갑자기 하룻밤 묵기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뜻이죠. 내가 계산적인 여자라고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우리 엄마한테 자고 가겠다고 말한 의도는 뭐죠?” 김도하는 피식 웃더니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 “예전에는 그렇게 느껴졌으니까. 너도 얘기했다시피 사람은 변하는 거야.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거든. 하룻밤 묵기로 한 이유는... 당연히 부부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이지.” 이서현은 김도하의 뻔뻔한 태도에 실소를 터뜨렸다. “곧 이혼할 사람끼리 관계를 증진할 필요가 있나요? 임태연과 좋은 시간을 보내도 모자랄 판에 되레 우리 집에 남겠다니? 당신 제정신 맞아요?” 김도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정신이 나간 걸로 쳐.” 달걀로 바위 치는 격이 따로 없는 이서현은 허탈감이 밀려왔다. “도하 씨 목적이 무엇이든 절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예요.” 이서현은 딱 잘라 말하고 김도하한테서 시선을 돌리더니 이현의 옆에 앉았다. 한편, 김도하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모든 음식이 다 차려진 후에야 이정남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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