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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이현은 김도하를 ‘매형’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저 사람’이라고 불렀다. 이로 보아 이현이 김도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현이 자신에게 이유 없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느낀 김도하는 의아해하며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현에게 다가갔다. “현아, 혹시...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어?” 김도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이서현과 처음으로 함께 이씨 가문에 왔을 때의 이현은 낯을 가리고 조금 서먹해 했을 뿐이지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갑자기 김도하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현은 몸을 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하죠... 우리 누나랑 헤어지세요. 누나는 정말 좋은 사람인데, 당신은 우리 누나를 배신했잖아요... 나는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게 너무 싫어요...” 이 말을 들은 정미숙의 얼굴은 순간 굳어지며 재빨리 훈수를 두었다. “이현! 무슨 소리야?” 그러면서 정미숙은 이서현에게 눈짓을 보내 이현을 방으로 데려가게 했다. 그리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김도하에게 말했다. “김서방, 아이가 헛소리한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 정말 아무 뜻도 없었을 거야.” 정미숙은 이현의 말실수를 수습하려 애쓰며, 동시에 김도하의 표정을 살폈다. 이씨 가문도 경성에서 꽤 이름 있는 집안이지만, 김씨 가문과 같은 거대 재벌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았다. 김도하를 조금이라도 화나게 했다간, 그의 냉철한 성격 탓에 이씨 가문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도하는 여전히 예의 바른 얼굴로 답했다. “괜찮습니다... 장모님, 현이는 아직 어려서 철없는 말을 했을 뿐일 겁니다. 전혀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며 이현의 방을 한번 슬쩍 바라본 후, 덤덤하게 덧붙였다. “장모님, 오늘 밤에는 저와 서현이가 이곳에서 묵을 예정이라, 방을 좀 준비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미숙의 목소리가 본능적으로 두 배 커졌다. “서현이와 여기서 묵는다고?”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 이전에는 그는 이씨 가문에 오려 하지도 않았고, 늘 이서현을 혼자 보냈었다. 이 때문에 상류사회에서 이서현에 대해 뒷말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도하가 파격적으로 함께 방문한 데다, 묵고 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정말 이상하네.’ 정미숙은 김도하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 바로 방을 준비할게. 서현이가 쓰던 방으로 할까? 아니면 게스트룸으로 준비할까?” 정미숙은 김도하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김도하는 잠시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서현이가 예전에 쓰던 방으로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장모님!” 김도하가 이렇게 공손하게 말하니, 정미숙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어. 그러면 잠시 거실에서 쉬고 있어. 서현이가 나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거야.” 김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게요.” ... 방 안으로 들어간 이서현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이현을 바라보며 밖에서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서현은 두 팔을 내려놓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현은 눈을 이리저리 피하며,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마침내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누나, 사실은... 저 사람이 누나한테 잘해 주지 않는 것, 그리고... 다른 여자랑 바람 난 것까지 다 알고 있어요.” 이서현의 이마가 약간 찌푸려졌다. 이현의 말을 듣자, 그녀는 마음속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하정우가 말했던 모든 것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임태연이 이현을 찾아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이현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현아, 이걸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이현은 이서현의 눈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 어떤 아줌마가 나한테 말해줬어요. 그 아줌마가 그러는데, 누나랑 결혼하기 전에 이미 매형이랑 그 아줌마가 사귀고 있었대요. 누나가 끼어들어서 그런 거라고... 그래서 매형이랑 결혼할 사람은 원래 누나가 아니었대요.” 이 말이 끝나자마자, 이서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현이는 이제 겨우 열네 살밖에 안 되는 아이인데, 임태연은 어떻게 어린아이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현이 김도하를 그렇게 적대하던 이유가 인제야 이해가 됐다. 이서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아줌마가 몇 번이나 너를 찾아왔니?” 이현은 손가락을 꼽으며 셈을 하다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한... 네다섯 번 정도?” 이서현은 그 말을 듣고 눈에서 잠깐 싸늘한 기운이 흘렀지만 곧 사라졌다. 그녀는 이현의 어깨를 잡고 다정하게 말했다. “현아, 누나 말 좀 들어봐. 매형이 누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맞아. 하지만 매형이 먼저 누나랑 결혼했으니, 누나는 절대로 끼어든 게 아니야. 그 아줌마는 매형이 이미 결혼한 걸 알면서도 엮이려고 했으니까, 끼어든 사람을 찾는다면 오히려 그 아줌마야. 그 아줌마의 말을 절대 믿지 마. 알겠지?” 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누나는 매형과 이혼할 거예요?” 이서현은 숨길 생각이 없었다. “응.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할 거야.” 이현의 얼굴에 기쁨이 스쳐 지나갔다. “누나는 다시 여기로 돌아오는 거예요?” 이서현은 이현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다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지낼 거야.” 이현은 그동안 침울했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잘됐네요! 누나, 빨리 이혼해요!” 이서현이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그 하나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현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물었다. “현아, 학교생활은 어때? 혹시 누가 널 괴롭히거나 하지 않아?” 이현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니요.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아무도 날 괴롭히지 않아요.” 이서현은 이현을 오래 봐왔기 때문에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말없이 이현의 긴 소매를 걷어 올렸고, 그곳에는 멍 자국들이 보였다. 이서현은 속상한 마음으로 물었다. “현아, 이 상처들 어떻게 된 거야? 이건 네가 부딪혀서 생긴 게 아니잖아.” 이현이 막 설명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 이서현은 어쩔 수 없이 대화를 중단하고 문을 열었다. 김도하는 이서현을 힐끔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장모님께서 식사를 준비하셨어. 너랑 현이도 손 씻고 나와서 식사하자.” 이서현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이현을 데리고 거실로 나갔다. 정미숙은 음식을 내오며 잠시 짬을 내 이서현을 옆으로 끌어당겨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서현아, 너랑 김서방 요즘 무슨 일이 있니? 갑자기 왜 오늘 하룻밤 묵고 가겠다는 거야? 그것도 네 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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