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장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강이준은 너무 마음이 아파 호흡이 가빠졌다. 그때의 이시연은 어떻게 이런 아픔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시연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멍청했어. 세상에서 가장 착한 널 옆에 두고 아끼지 못했어.”
강이준은 이시연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고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정말 잘못을 뉘우친 듯 애절해 보였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축축한 온도에 이시연이 고개를 돌렸다. 눈앞 사람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시연아, 제발 화내지 말아줘.”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강이준의 손끝은 차가웠다.
강이준은 초라해 보였다. 가장 힘든 시기에도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함께 지낸 지 5년이 넘는 남자 친구였으나 3년의 열애와 2년의 실망으로 이루어진 시간이었다. 이시연은 반나절의 시간으로 자기 심장과 다름없던 그 사람을 지웠다.
사실 이시연도 마찬가지로 초라하게 무너지고 마음속에는 피가 철철 흘렀다.
그러나 이런 간절한 강이준의 사과에도 이시연은 후련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무덤덤해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으며 마치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시연이 눈을 깜빡이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준아, 난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 그래서 이제 화를 낼 생각도 없어.”
강이준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시연아, 홧김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오늘이 지나면 다시 나만 바라봐 달라라고 하거나 그런 이유로 널 괴롭히지 않을게. 안심하고 다른 사람의 옆을 지켜도 돼.”
매번 장아라의 옆을 지키는 강이준을 보며 이시연은 눈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따끔거렸다.
하지만 이시연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 난 이시연, 너 하나면 된다고!”
이시연은 강이준만 사랑했다. 가끔 투정을 부리는 걸 제외하면 마음이 잘 맞는 연애 상대였다.
그래서 강이준은 헤어짐을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병실 침대 위의 사람은 조용히 눈만 깜빡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짧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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