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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지금 생각해 보면 삼촌이 옆에 없었다면 정말 죽을 목숨이었는지도 모른다. 독감은 아주 심각했고 감염된 첫날부터 열이 내리지 않았다.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었다. 겨우 힘을 내어 강이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장아라가 받았고, 흐릿한 정신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후 메시지도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강이준에게 연락을 했던 건 옆에 와주길 바라는 게 아니었다. 이시연은 이렇게 위험한 곳에 강이준을 끌어오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홀로 먼 이곳타향에서 죽을지도 모르는 병에 걸렸고, 알 수 없는 공포에 잠겨 강이준의 목소리로 위로를 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시연은 위로조차 받을 수 없었다. 감염된지 이튿날, 삼촌이 연락을 받고 이시연을 찾아왔다. 이시연은 벌써 하루가 넘도록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했었다. 음식을 삼킬 힘도, 움직일 힘도 없었다. 이시연은 정신을 잃고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못할 때, 장아라가 올린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한 남자가 직접 발을 마사지해 주는 사진이었다. 손만 보였지만 이시연은 강이준의 손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왼쪽 손등의 작은 점이 아주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도발하려고 올린 게시물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시연은 두 눈을 감고 그때의 기억을 잊으려 했다. 겨우 아문 상처가 또 벌어져 아프고 싶지는 않았다. 몸이 아픈데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냐는 이시연의 질문에 강이준은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이 핑 돌았다. “시연아, 미안해. 난 정말 몰랐어. 알았다면 당장 네 옆으로 달려갔을 거야.” 만약 그때의 강이준이 사과를 했다면 용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이시연은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소나무에 매달린 매미는 계속 울고 있었고 작은 날개를 휘저어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시연은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 “신경 쓰이라고 한 말은 아니야. 그냥 이미 오래전부터 너한테 많이 실망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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