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5장
시선을 들어 올린 이시연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옅어졌다.
멀리 이동하기 편하도록 밝은색의 니트와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그 위에 검은색 긴 재킷을 걸친 그녀는 활기차던 모습이 기분이 가라앉은 탓인지 이 순간 조금은 시무룩해 보였다.
“허정민이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어요. 허소민을 풀어달라고 말 좀 해달래요. 동의했는데 곧바로 후회했어요. 허소민이 나한테 상처를 준 건 넘어갈 수 있어도 다른 사람까지 해쳤는데 어떻게 용서해요? 그래요. 비겁하게 약속 어겼지만 허소민을 도와주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말투가 점점 날카로워지고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 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삼촌도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죠?”
분명히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들어주고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선을 내린 채 그녀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허정민과의 우정을 생각하면서도 허소민을 도와 부탁할 수가 없었다.
삼촌은 원칙이 있는 사람이며 멋대로 권력을 남용할 사람이 아니었다.
허소민이 받을 죗값은 모두 그녀가 자초한 것이다.
“내가 잘못했네.”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떨어지자 이시연은 충격과 당황스러움에 눈을 번쩍 떴다.
“내가 그동안 너를 어린애 취급하면서 우리 시연이도 이젠 사리 분별할 줄 아는 어른이라는 걸 간과했어.”
그게 어떻게 비열한 것이겠나.
육성재는 그녀의 아름답고 여린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부탁하길 바라는 욕심에 본인이 계속 캐물었으면서 정작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 그녀의 행동이 맞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이시연은 상처받은 사람들 대신 가해자를 용서할 권리가 없다.
법은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보호하고 처벌하기 위해 존재한다.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는 이시연의 눈가 깊은 곳에 서글픔이 담겨 있었다.
오후에 그녀는 이 일 때문에 넋이 나가 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참 비열하다는 생각이 그녀를 압도해 숨도 쉬기 힘들었다.
육성재는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고 가볍게 등을 토닥였다.
“네가 왜 비열해? 넌 제일 정확한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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