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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장

더 좋은 해결책이 없을까? 가짜 약혼으로 결혼하고 소동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헤어진다면? 이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성미현이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그녀를 집안에 들이는 건 물 건너간 것 같았다. 육씨 가문에 이시연의 마음 하나 사로잡을 남자가 없단 말인가. 시선을 들어 육성재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그가 조금은 안쓰러운 생각에 또 한 번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 결혼을 위해 육병찬과 조은희에게 사흘 동안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차갑고 매정한 육성재가 이시연에게 마음도 없으면서 약혼과 결혼을 진행하다가 이시연이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었던 거다. 그렇게 난리를 피웠는데 오히려 이시연이 육성재에게 마음이 없었고 그들이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성미현이 말을 하려던 찰나 상대가 한발 빨랐다. 이시연은 시선을 돌려 조은희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할머니, 저 할래요.” 시선을 들어 그녀의 작은 뒤통수를 바라보던 육성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손을 꽉 쥐었다. 이시연이 망설이는 그 10초 남짓한 시간 동안 육성재는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느꼈다. 이런 식으로 심장이 말을 듣지 않는 감각은 실로 드물게 느껴보는 것이었다. 사랑을 모르는 철부지처럼 그녀의 승낙을 듣는 순간 심장이 북소리처럼 요란하게 뛰고 기쁨이 가득 번졌다. 조은희는 처음엔 깜짝 놀라더니 이내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그래, 저 자식이 드디어 한 건 했네.” 성미현도 두 눈에 웃음을 머금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연아, 급한 것 없어. 넌 아직 생각할 시간이 있고 생일 파티 전까지 잘 생각해 보. 결혼은 평생의 중요한 일이잖아.” 이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육성재를 흘끗 바라보았다. 자신의 신분만 아니었다면 삼촌은 정말 결혼하기에 완벽한 사람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잘생기고 돈도 많은 데다 자상해 수년 동안 삼촌 곁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밥을 먹기 싫어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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