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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장

이시연은 마치 관중이 된 듯 무대 위에서 입을 열자마자 상태가 좋지 않은 강이준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허정민은 말을 마쳤지만 대답이 없자 옆을 흘깃 쳐다보았다. 옆에 있던 사람은 평소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고, 긴 속눈썹을 나비의 날개처럼 위아래로 펄럭이면서 모르는 사람처럼 무대 위를 바라보는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강이준 본인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는 다리가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배역을 맡을 수 없다는 건 똑똑히 알았다. 매니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이준 씨, 괜찮아요?” 이시연이 원래 앉아있던 자리를 흘끗 훑어보니 비어 있었다. 강이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 허정민의 오디션을 전부 지켜본 결과 감정 전달이나, 표정, 작은 동작 하나하나까지 모두 이시연 스타일이었다. 5년 동안 자신을 가르쳐줬던 그녀였기에 그런 사소한 습관까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시연이 억지만 부리지 않았어도 자신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강이준은 마음속에 더 큰 화가 치밀었다. 그녀가 모든 정력을 자신에게만 쏟았다면 오늘 배역을 절대 잃었을 리가 없었다. 매니저는 그의 표정을 보며 감히 다른 말은 하지 못한 채 성큼성큼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밖에서 차를 기다리는 이시연 일행을 본 매니저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지만 분노에 휩싸인 강이준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세 걸음 만에 이시연에게 다가가 단숨에 어깨를 잡았다. “이제 만족해?”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밀려오는 고통에 이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를 격렬하게 밀쳐냈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엔 혐오가 가득했다. 허정민은 재빨리 이시연 앞을 가로막으며 장난기 어린 미소는 조롱으로 바뀌었다. “본인 실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못 한 걸 왜 남 탓으로 돌리지? 그 정도 형편없는 연기력으로 대체 상은 어떻게 탄 거야? 설마 이시연이 배역 이해하는 걸 전부 도와준 거야?” 그의 말은 강이준의 아픈 곳을 정확히 건드렸다. “이시연.” 분노에 휩싸인 강이준은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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