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유현진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맞은 임연아를 보며, 또 고의로 차를 몰고 사람을 들이받은 도수영의 악독함이 떠올라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네가 나와 연아의 아이를 죽이고도 배 속의 더러운 자식을 살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도수영, 착각하지마!”
도수영은 하늘 땅이 맞붙는 것 같았다.
“현진 씨, 더러운 자식이 아니라 우리 딸이야! 당신의 핏줄이야!”
“도수영, 지독한 년! 네가 연아에게 상처를 주면 네 배 속의 아이가 내 혈육일지라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너의 아이도 너처럼 더러워!”
도수영은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갑자기 그를 계속 추궁할 힘이 없어졌다.
‘어쩐지 그렇게 단호하게 우리 아이를 죽이려 하더라니, 알고 보니 더럽다고 싫어했구나!’
“현진 오빠, 나 아파...”
임연아는 가엾은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보러 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될 줄이야...”
“연아야, 네가 상처받게 하지 않을 거야.”
유현진은 부드럽고 온화한 눈빛으로 임연아를 바라보았지만 도수영을 바라볼 때는 살을 에는듯한 찬 바람이 몰아쳤다.
“도수영, 무릎 꿇어!”
“뭐라고?”
도수영은 유현진이 자기를 무릎 꿇게 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
“무릎 꿇고 연아에게 사과해!”
“싫어! 난 잘못이 없는데 왜 임연아에게 무릎을 꿇어야 해!”
도수영은 고집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진 오빠, 난 괜찮아요. 언니는 방금 자식 잃은 아픔을 겪어서 나에게 화풀이를 했을 뿐이에요. 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임연아는 철이 든 것처럼 말했다.
“현진 오빠, 제발 언니에게 화내지 마세요. 제 몸의 상처는 아프지 않아요. 하나도 안 아파요.”
“도수영, 무릎 꿇어!!”
유현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위협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민준 이 더러운 자식을 병원에서 쫓아낼 거야!”
도수영은 유현진이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세력으로 마음만 먹으며 남원시의 병원에서는 도민준을 감히 진찰하지 못할 것이다.
유현진은 도민준의 목숨으로 도수영을 협박하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했다.
도수영은 임연아의 우쭐대는 모습을 보기 싫었으나 고통스러워하는 민준이 떠올랐다. 얼굴에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를 향해 생긋 웃으며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하는 민준이를 생각하며, 그녀는 결국 무릎을 꿇었다.
유현진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빙산처럼 차가웠던 표정은 더욱 무서워졌다.
‘젠장! 정말로 무릎을 꿇다니!’
‘그래, 그딴 더러운 자식을 위해 자존심도 버렸어!’
임연아는 피어오르는 웃음을 억누를 수 없어 힘껏 자신을 꼬집고 나서야 가냘프게 말했다.
“현진 오빠, 언니를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 언니도 실수한 것을 알고 있으니 나를 잘 돌볼 거에요.”
유현진은 도수영의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며 냉랭하게 말했다.
“음, 이 여자는 원래 천한 짓을 좋아해. 마침 연아를 간호하면 간병인을 고용하는 돈을 절약할 수 있겠어.”
유현진의 이 말 한마디에 도수영은 정말 임연아의 전속 간병인이 되었다.
임연아가 갈비탕을 먹겠다고 아우성치자 도수영은 아픈 몸을 이끌고 주방으로 가서 갈비탕을 끓여주었다.
그녀는 개 시중을 들지라도 임연아를 돌보고 싶지 않았지만, 유현진이 민준이를 인질삼아 협박하니 이를 악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갈비탕이 식탁에 오르자 임연아는 국을 마시는 대신 오히려 자신의 손등에 퍼붓더니 병실 입구를 향해 비명을 질렀다.
“현진 오빠, 살려줘요! 언니가 날 죽이려 해요!”
도수영은 임연아의 목숨을 건 자해방식에 깜짝 놀랐다. 임연아는 자신이 또 모함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고 유현진은 틀림없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유현진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 차라리 이 기회를 빌어 복수하는 것이 낫다!
“임연아, 약한 척 가련한 척하는 걸 좋아하지? 오늘 실컷 해봐!”
도수영은 반쯤 남은 갈비탕을 번쩍 들어 온 힘을 다해 사정없이 임연아의 얼굴에 끼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