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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녕이제 안녕
By: Webfic

제16장

펑! 갑자기 와인병이 깨지는 소리가 룸에 울려 퍼졌다. 유현진이 테이블 위의 와인병으로 이 대표의 머리를 냅다 내리쳤던 것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유현진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비난하지 못하고 그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유현진은 깜짝 놀란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피로 범벅이 된 머리를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는 이 대표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의 품에서 도수영을 끌어낸 후 끓어오르는 분노를 안고 화류계 오피스텔로 향했다. 방금 룸 안에서 도수영은 쓰러지지 않으려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버텼다. 그녀의 위장은 이미 끔찍할 정도로 허약한 상황이었다. 공복에 그렇게 많은 술을 마신 데다가 지금 고속으로 질주하는 스포츠카에 탔으니 그녀는 위에서 피가 날 정도로 고통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방에 들어온 유현진은 도수영을 거칠게 침대에 눕혀 뜨렸다. 도수영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아파서 그의 분노를 아랑곳할 겨를이 없었다. 빨리 진통제를 먹어 위장의 통증을 완화하고 싶었던 그녀는 손을 더듬어 겨우 침대 머리맡에 있는 약병을 찾았다. 약병 안에 남은 마지막 약 한 알을 본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한 심정이었다. 그녀는 알약을 꺼내 빠르게 입으로 가져갔지만 입에 넣기도 전에 유현진이 그녀의 손에 있는 그 알약을 낚아챘다. “수영아! 너 꼴이 이게 뭐야!” “현진 씨, 이건 진통제야...” 도수영은 부들부들 떨며 손을 내밀었다. “현진 씨, 그 약 얼른 줘. 나 정말 위가 너무 아파...” “아프다고? 흥! 아파도 싸!” 유현진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그 알약을 힐끗 보고는 있는 힘껏 창밖으로 내던졌다. “현진 씨, 안 돼!” 도수영은 그 알약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위암 말기의 통증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는데 많은 환자들은 몸이 쇠약해져 죽는 것이 아니라 너무 아파서 죽을 정도였다. 도수영은 심한 통증에 입술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통증을 완화하고 싶었지만 유현진이 이미 알약을 버린 상황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는 간신히 창가로 올라가 절망적으로 창밖의 차들을 내려다보았다. 창밖의 거리에는 불빛이 반짝이고 집집마다 조명이 환했지만 그녀의 집은 어디에도 없었다. “현진 씨, 저 불빛이 환한 집들을 좀 봐!” “수영아,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조명이 환한 곳, 저기가 바로 우리 집이야.” ‘그때 누가 내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었지? 현진 씨, 지금 우리 집은 어디 있어? 난 우리 집을 잃어버렸어. 난 이제 더 이상 집이 없어...’ 갑자기 도수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극심한 통증에 그녀는 어항에서 뛰어나온 금붕어처럼 몸을 웅크리고 간신히 숨을 들이쉬었다. “현진 씨, 난... 난 당신뿐이야...” “흥!” 유현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날렸다. “도수영, 넌 정말 역겨워!” 그후, 도수영은 비참하게 침대에서 굴러떨어졌고 위가 너무 아파서 헛구역질을 해댔다. 그녀가 뱉은 위액에는 피가 조금 섞여 있었다. 피가 섞인 위액 한 방울이 유현진의 발 위에 떨어지자 그의 눈빛에는 순간 혐오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도수영, 넌 참 더러운 여자야!” 너무 아파서 의식이 흐려진 도수영은 그저 본능적으로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현진 씨, 아니야, 아니야... 난 아파... 난 그저 아파서...” 도수영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유현진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는 그녀가 그를 징그럽게 여겨 구역질이 나서 구토를 하는 줄로 오해하고 눈빛이 더욱 차갑게 변했다. ‘도수영, 지금 날 징그럽다고 여기는 거야? 하지만 왜 경진은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내가 몇 년 동안 너 같은 여자를 잊지 못했다니! 나도 참 바보야!’ 유현진은 다시 한 번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있는 힘껏 도수영을 밀어 한쪽에 있는 소파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유현진이 도수영을 한 번 더 괴롭히려고 하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빨간 피가 쏟아져 나왔고, 곧 그녀는 깨진 유리 인형처럼 땅에 떨어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영아!” 유현진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울부짖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헤아릴 수 없는 공포감이 서려 있었다. 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몸을 안은 채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녀를 품에 안은 그는 그제야 그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기억에 수영이는 예전에 통통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말랐지?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랫동안 수영이를 제대로 안아보지 못했네!’ 그들이 병원에 도착한 후, 의사는 즉시 도수영을 응급실로 들여 보냈다. 유현진은 응급실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한참을 기다렸다. 마침내 응급실 문이 열리자 그는 정신없이 달려가서 다급하게 물었다. "의사 선생님, 어때요?” “위암 말기인데도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요? 죽을 수도 있다고요!” 유현진은 순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멍해진 그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잠꼬대처럼 물었다. “누가... 누가 위암 말기라는 거예요? 누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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