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도수영은 그 사람이 자신을 강간하려고 침대로 내동댕이친 줄로 생각했지만, 예상 밖으로 그는 그녀를 소울 클럽으로 데려갔다.
그들이 들어간 룸 안에는 다른 한 남자도 있었다.
그 남자는 소울 클럽의 단골손님으로서 수없이 많은 여자와 원나잇을 했지만 도수영처럼 예쁜 여자는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도수영의 매력 넘치는 작은 얼굴을 마주한 그 남자의 눈에는 곧 늑대처럼 탐욕스러운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
도수영은 여전히 위가 찢어지는 듯 아파서 주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간신히 벽을 짚고 비틀거리면서 룸 밖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수영아, 여기서 나가도 돼! 하지만 네가 여기서 나가면 그 더러운 자식을 당장 죽여버릴 거야!”
뼈를 에일 정도로 날카로운 유현진의 위협에 도수영은 그 자리에 굳어져버렸다. 그는 항상 그녀의 약점을 정확하게 끄집어 그녀가 반항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도수영이 다시 자리에 앉자, 그 남자는 더욱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끊임없이 술을 따라주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그녀의 위는 더 이상 자극을 받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술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유현진의 위협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연신 술잔을 비웠다.
“유 대표님, 이 아가씨...”
술을 여러 잔 마신 후, 도수영을 훑어보는 그 남자의 눈빛이 점점 더 방탕해졌다. 그는 도수영을 당장이라도 호텔로 데려가 마음껏 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유현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도수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차가운 웃음에 그의 얼음처럼 냉정한 얼굴은 더욱 야박하게 느껴졌다.
“방탕한 여자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그 말에 남자는 너무 기뻤다. 유현진이 데리고 온 여자라서 혹시나 유현진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일까 봐 걱정되어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는데, 이젠 시름 놓고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대로 하라고?’
도수영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유현진, 날 이런 곳으로 데려오다니!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네!’
도수영은 멍한 눈빛으로 유현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4년 전처럼 잘생기고 멋졌다. 짙은 눈썹, 그윽한 눈매, 오뚝한 코, 얇은 입술... 외모는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왠지 점점 더 낯설어 보여 이젠 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도수영은 여태껏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젠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이젠 더 이상 그녀가 알고 있던 유현진이 아니었다.
그녀를 무조건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던 유현진은 이미 도수영의 열여덟 살 기억 속에서 죽어버렸다.
도수영은 얼굴을 옆으로 돌려 자신의 몸에 얹은 손을 보고 살짝 웃었다. 그녀의 모습은 남자의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너무 매력적이었다.
‘방탕한 여자라고? 지난 날 순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진과 싸워 4년 동안 죽기보다도 못한 생활을 했는데, 유현진의 눈에 난 방탕한 여자란 말이야? 현진 씨가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어. 현진 씨가 날 그렇게 비하할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날 방탕한 여자라고 했으니 어떤 게 방탕한 건지 내가 제대로 보여 줄게!’
도수영은 부드러운 손으로 남자의 손을 잡고, 손가락으로 그의 손바닥에 살며시 원을 그리며 물었다.
“대표님, 여기 너무 불편해요. 우리 위층 방으로 갈까요?”
펑!
갑자기 유현진이 왼손에 쥔 술잔을 콱 움켜쥐어 깨뜨렸다.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그의 손바닥을 찔러 피가 줄줄 흘렀지만 그는 아픈 줄도 몰랐다.
그는 사실 오늘 밤 도수영을 모욕하러 온 것인데 남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도수영이 이렇게 막 나올 줄은 몰랐다.
유현진은 오히려 화가 치밀었다.
방금 도수영의 매력적인 미소에 이 대표님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렇게먼저 도발하니!
남자는 온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흥분해서 미처 유현진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대표는 볼살을 흔들며 목이 멘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 그래! 위층으로 가자! 위층으로 가! 예쁜이, 네가 원하는 거라면 내가 다 줄게! 내 목숨마저 다 줄게!”
그는 감격에 겨워 도수영을 끌어안고 급기야 입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