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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장

임다은이 나한테로 다가왔다. “승호야, 이미 잊어버린 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돼. 잊어버린 건 아마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일 거야. 그런데 왜 굳이 알고 싶어 해?” 임다은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지만 내 머리는 그녀가 임신했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둘 사이에서 생긴 아이인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다은아, 나 하나만 묻고 싶은 게 있어. 네가 임신했었다는 게 사실이야? 아이는 어떻게 됐어?” 임다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오랫동안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임신한 적은 있어...” 나는 순간 흥분했다. ‘그럼 나랑 임다은에게 정말 아이가 있다는 건가?’ 나는 흥분해서 임다은의 손을 잡았다. “그 아이는 어디 있어? 왜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 그날 밤 우리가 잠자리를 가졌던 게 아이에게 해가 되지는 않았을까?” 임다은이 갑자기 등을 돌렸다. “이미 없어졌어. 네가 수술하기 전에 이미 유산했었으니까!” 나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방금까지의 기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 나 때문에?” 갑자기 김현호가 나를 쳐다보던 눈빛과 그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혹시 아이가 없어진 게 나랑 관련이 있는 건가?’ 임다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깊이 생각하지 마. 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유산한 거야. 이미 없어진 건 그만 생각하자. 앞으로 또 생길 수 있을 거야!” 임다은이 그렇게 가볍게 말하는 걸 본 나는 유산으로 잃게 된 아이가 그녀의 친자식이 아닌 것같이 느껴졌다. ‘그래도 하나의 생명이잖아!’ “임다은, 그 아이 말이야. 내 아이인 거 맞아?” 그 아이가 내 아이라면 김현호가 그렇게 화를 낼 이유도 없을 거고 나한테 더 이산 따지지 않겠다고 할 이유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은이는 왜 내가 김현호와 대화하는 걸 막으려고 한 거지? 김현호가 나한테 무언가를 말할까 봐 두려웠던 걸까?’ 임다은은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배승호, 너 아직도 날 믿지 않는 거야?”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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