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장
김현호는 기가 꺾인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내가 그를 괴롭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승호 형, 뇌 CT 사진은 정말 우연히 가져온 거예요. 누나랑 그 집에 있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물건을 정리할 때 실수로 챙긴 것 같아요.”
김현호는 이렇게 말하며 나를 쳐다보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우연히 발견해서 뇌종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만약 미리 알았다면 꼭 누나한테 말했을 거예요.”
나는 혼란스러웠다.
‘이 모든 일들을 다 잊어버렸다는 거야?’
‘다 기억하고 있으면서 왜 김현호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는 걸까? 왜 김현호를 보거나 목소리를 들으면 불편해지는 걸까?’
“김현호 씨 맞죠? 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 전 수술을 하고 나서 선택적 기억 상실증에 걸렸어요. 그래서 많은 일을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당신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미안해요.”
이전에 김현호가 나와 얼마나 친했든 간에 나는 현재에만 신경 쓰고 싶었다. 그런 일들을 그저 잊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진짜요? 그럼 누나가 임신했던 것도 잊으신 건가요?”
이렇게 말한 김현호는 가슴을 두드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차라리 잊어버리는 게 낫죠. 그냥 없던 일로 해요. 저도 승호 형한테 따지지 않을게요. 과거는 과거대로 흘러가게 합시다!”
“임신?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원래는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지만 김현호의 말은 나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했다.
‘다은이가 임신했었다고? 나한테 더 따지지 않겠다는 건 무슨 의미지? 뭐가 이렇게 복잡해...’
김현호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승호 형. 잊어버리는 게 더 나아요. 제가 한 말은 잊어주세요.”
나는 김현호를 붙잡았다.
“제대로 말해주세요. 다은이가 언제 임신했는지 말이에요. 지금도 임신 중이인가요?”
어젯밤을 그렇게 격렬하게 보냈던 것이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임다은이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김현호는 뭔가를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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