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장
시간이 조금씩 흘러서 밤 12시가 되었다.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은 열심히 달리고 있었고 나는 대문이 언제 열리는지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늦었는데 임다은은 전화 한 통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외박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임다은이 꼭 돌아올 거라고 믿고 아무리 늦어도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문이 열리면서 얼굴을 붉힌 임다은이 휘청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일어나자마자 풍겨오는 강한 술 냄새에 나는 그녀가 술을 마셨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쩐지 이 시간에야 돌아오더라니.’
아까 실시간 검색어에서 본 영상이 떠올라서 나는 문득 궁금해 났다.
‘이 시간까지 김현호랑 밖에서 술 마신 건가?’
“으...”
임다은이 괴로워하며 자신의 옷을 잡아당겼고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얼른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임다은이 갑자기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을 마주쳤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도 입을 열지 않았다.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났다. 평소 차가운 얼굴로 도도하게 굴던 임다은리 마치 어린 여자애처럼 사랑스러워 보였다.
임다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은 별로 없었기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몇 번 더 보았다.
“나 너무 어지러워...”
임다은은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내 가슴에 기대었고 나를 올려다보며 불편한 듯 신음을 두 번 내뱉었다.
나는 임다은을 침실로 부축했고 다시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는 손수건을 꺼내 미지근한 물을 적신 후 침실로 돌아와 임다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배승호!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임다은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고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뭘 했다고?’
“이혼, 이혼! 항상 이혼으로 날 협박하고는 이제 와서 다 잊어버렸지!”
임다은은 아직도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들으면 들을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
‘이혼? 내가 이혼을 하자고 했다고? 말도 안 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난 떠나지 않을 거야. 다은아,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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