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임다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 잊어버려도 좋아. 앞으로 회복하는 거에만 집중해.”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임다은과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녀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기를 맡으면서 말이다. 나는 이 향기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나는 임다은을 꼭 안아주었다. 그녀의 몸은 약간 뻣뻣했지만 그래도 거부하지 않고 조용히 내 품에 기대었다. “승호야, 너... 변했어.” 나는 놀라서 고개를 숙여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변했다고?” 임다은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변한 건 아니고... 결혼하기 전을 보는 것 같아.” 나는 금방 결혼했을 때 임다은에게 매우 집착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매일매일 그녀를 안고 잠에 들고 싶었다. 오랫동안 바라던 여자가 마침내 내 아내로 되었으니 말이다. “다은아, 너무 보고 싶었어. 우리... 아기를 낳을까? 부모님께서 기뻐하실 거야.” 임다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나를 강하게 밀쳐내며 분노가 섞인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변한 임다은의 태도에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너무 화내지 마. 네가 원하지 않으면 난 기다릴 수 있어. 네가 원할 때 낳자.” 나는 임다은이 이 얘기에 이렇게 크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승호야, 나중에 얘기하자. 나 요즘 몸이 안 좋아서 회복한 다음에 얘기하는 걸로 해.” 임다은은 다른 방으로 가서 잤고 비어 있는 방에 남은 나는 마음이 허전하고 괴로웠다. 결국 깊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꿈속에서 한 작은 소녀가 강가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나 꼬물이야. 나 기억해?” 나는 꿈에서 깨어나면서 그 이름을 외쳤다. “꼬물아!”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지만 생각을 이어나가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 났고 식은땀이 줄줄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꼬물이’가 누군지 전혀 생각 나지 않았다. 임다은은 오랫동안 별장에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그저 매일 별장에서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이런 날들에 나는 너무 지루하고 싫증이 났다. 나는 임다은에게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