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복도에 기댄 나는 눈앞이 핑글핑글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비겁한 자식.’
이때 송민주가 다가왔다.
안쓰러운 듯하면서 건조한 눈빛이었다.
“괜찮아요?”
“네.”
내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집에 안 들어갔어요?”
“네.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요. 어차피 내 얼굴 보고 싶지도 않을 텐데 들어가서 뭐 해요.”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한결 누그러든 목소리로 말했다.
“저렇게 쓰러지기까지 한 걸 보면 승호 씨가 정말 걱정되긴 했나 봐요. 그러니 찾으러 나가기까지 한 거죠.”
“임다은이 내 걱정을 해요? 최근 들은 것 중 가장 웃기는 농담이네요.”
임다은이 왜 쓰러졌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 때문은 아님을 난 확신했다.
“임다은 환자 보호자분 계십니까?”
수술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김현호가 일어나려던 그때, 내 손목을 잡아끈 송민주가 대신 대답했다.
“이분이 환자 남편이에요.”
불만 섞인 눈으로 날 노려보던 김현호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차트를 건넨 간호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산모님이라도 살리려면 아이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시간을 지체하면 정말 둘 다 위험해집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난 죄책감에 휩싸였다.
‘내가 어제 그렇게 임다은 전화를 끊지 않았더라면. 아니, 휴대폰을 꺼놓지만 않았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이게 다 형 때문이에요. 누나 임신한 거 뻔히 알면서 외박까지 하고 일부러 누나를 걱정시킨 거죠? 누나가 유산하길 바랐던 거죠!”
나와 김현호를 번갈아 바라보던 간호사가 말했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닙니다. 두 분 중 환자분 보호자가 누구죠? 아이 아빠는 누구고요? 지금 바로 사인을 하셔야 해요!”
이에 송민주가 김현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간호사님 말이 맞아요.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에요. 일단 다은이부터 살리고 봐야 할 거 아니에요. 두 사람 아직 젊으니 아이는 다시 생길 거예요. 일단 산모부터 살리죠.”
난 이를 악문 채 수술 동의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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