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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승호 형이 뭘 모르나 봐요. 나와 다은이 누나는 눈만 마주쳐도 달아오르는데 한 방에서 지내면서 어떻게 참아요?” “아마 승호 형 같은 사람만이 참을 수 있겠죠. 누나, 우리 이제 조심하고 아기 잘 지켜요.” 임다은이 자연스레 김현호의 품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뭘 조심해. 힘만 빼면 되잖아. 참을 수 있겠어?” “누나만 보면 미치겠는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아기랑 누나의 건강을 생각해서 참아볼게요.”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을 견디기 힘들어진 나는 몸을 돌려세웠다. 어차피 내 아이도 아니었으니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면 그만이었다. 이곳에 남아 괴로워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 “왜 보기 힘들어?” 임다은이 떠나려는 날 향해 말했다. 익숙하지만 점점 낯설어지는 여자를 보며 나도 입을 열었다. “보기 힘들게 뭐가 있겠어.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먼저 가볼게. 나도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난 반드시 살아야 했다. 살아서 해야 할 일이 많았으며 지금 죽으면 날 위해 눈물 흘려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송민주와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녀가 거절할 거라 생각했지만 다행히 약속 자리에 나타났다. “어제 이미 자세하게 얘기해 드렸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송민주는 회색 코트에 긴 부츠를 신었으며 헤어 스타일은 높은 포니테일, 그리고 옅은 화장을 했다. 반짝거리는 송민주를 보고 있자니 처음 만났던 임다은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그녀도 이렇게 반짝거렸다. “송민주 씨, 저한테 편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다은이와 이혼하지 못한다고 해도 저를 수술해 줄 수 있을까요?” 송민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쪽이 임다은을 떠나지 못할 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요.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리스크가 높은 수술을 받으려고 한다니 이 모든 게 임다은에게 매달리기 위한 게 아니에요?” “배승호 씨, 왜 그렇게 이기적이에요? 다은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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