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은인을 잘 모시도록 해
나희정의 살기등등한 눈빛은 수지를 향해 거침없이 쏟아졌다.
수지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애초에 나희정과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의사라는 자가 할아버지의 모든 검사 결과를 확인해놓고도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꼴은 두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제니 행세를 한 것도 아직 나희정에게 따지지 않았는데 이건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셈이었다.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본 이상 잘못된 방법으로 박선재를 치료하게 둘 수는 없었다.
나희정이 박서진 앞에서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인 것은 상관없었지만 박선재의 목숨도 소중한 목숨이었다.
“나희정 씨, 억울하다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내놓으시죠.”
수지의 도톰한 입술이 열리며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출한 이력이 모두 사실이고 밀리안 교수의 제자였던 것도 사실이겠죠. 하지만 해외 유학 시절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제가 굳이 말 안 해도 아시겠죠? 당신은 밀리안 교수를 자살 협박으로 궁지에 몰아넣었고 나씨 가문은 당신이 저지른 잘못을 덮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죠. 그 덕에 귀국하여 제일 병원에서 의사로 일할 수 있었던 거고요. 그리고 당신이 집도했다는 심장 수술 몇 건은 난이도가 낮은 수술이었죠. 하지만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심에 누군가를 사주해서 그 수술들을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수술이었는지 떠들고 다녔죠. 그런 것들이 정말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요?”
수지의 차가운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또박또박 이어졌다. 분명 핑크색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녀에게서는 조금의 나약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온몸에서는 냉기가 뿜어져 나왔고 겨우 정신을 차린 박선재조차 몸을 움츠리고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의 의붓여동생의 손녀딸은 여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서진 씨, 약은 이미 제가 먹어봤어요. 저를 믿으시면 할아버지께 사용하시고, 못 믿으시겠다면 더 전문적인 의사를 찾아 치료받도록 하세요.”
나희정에게 따끔한 충고를 날린 수지는 돌아서서 박서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남자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그녀를 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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