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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장이현은 일반 문과반에서 소문난 피도 눈물도 없는 미친 여자이다. 그녀는 하늘 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의 친척이다. 한편 송민지는 시험지를 제출하는 걸 기다리면서 하마터면 이름 칸에 구멍을 뚫을 뻔했다. 시험지를 제출하는 순간, 송민지가 옆에 있던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위에 적힌 이름이 안 보이지?" 그 질문에 하율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냥 행운의 신이 네 편이길 기도해." 송민지는 그다음 몇 개의 수업에서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전에도 주익현과의 일로 담임 선생님에게 혼난 적이 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마지막 수업이었다. 송민지는 결국 교무실로 불려가 혼났다. 수업 시간이라 다행히 다른 교사들이 교무실에 없었다. 그때 ‘퍽’ 하는 쨍한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책상 위로 시험지를 힘껏 내려쳤다. 송민지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말도 하지 못했다. "송민지, 도대체 공부하러 온 거야, 연애하러 온 거야? 이대로 성적이 떨어지면 반에서 꼴찌가 되는 걸 알고 있니?" "이제 나이가 몇인데 머릿속에 연애 생각만 하는 거야? 창피하다는 생각해 본 적 없는 거야?" 장이현은 안경을 고쳐 쓰더니 분노에 찬 얼굴로 말했다. "이거 봐. 검은색으로 칠하면 내가 못 알아볼 줄 알았어?" 송민지는 입술을 깨문 채 말을 하지 못했다. "내일 보호자를 데려와." 보호자를 부르라는 말에 송민지는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저희 오빠는 이미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연락 안 한 지 오래되었어요. 마지막 연락이 3개월 전인데 결혼 예정이라...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 정말 잘못했어요!" 송민지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말했다. "제가 반에 영향을 주었어요.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세요. 절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공부를 열심히 할 거예요." 한편 장이현은 그녀의 모습을 보자 화가 난 얼굴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바로 동정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송민지의 상황을 알고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고아원에서 자랐고 혈육 관계가 없는 오빠와 살고 있다. 아마 그 오빠도 그녀를 짐으로 생각하고 버렸을 것이다. 선생님으로서 그녀는 돌과 같은 무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장이현이 입을 뗐다. "그런 얘기 하지 마. 지난번에도 약속했는데 지금 상황을 봐!" "내가 어떻게 해야 정신을 차리겠어?" "이제 16살밖에 안 됐는데 퇴학 처분당하면 사회에서 뭘 할 수나 있겠어?" 송민지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제가 약속할게요. 이번 모의고사에서 반드시 상위 10위 안에 들게요." 장이현은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휴지를 건넸다. "눈물 닦고 가서 반성문을 써.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징계를 받을 거야. 넌 이미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으니 다시 한번 징계를 받으면 퇴학 처분이 될 거야. 알지?" 송민지는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끄덕였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배민훈을 부르는 것보다 눈물로 동정표를 얻는 게 훨씬 낫다. 만약 그를 부른다면 학교를 소란스럽게 만드는 건 둘째치고 자신 때문에 주익현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 송민지는 사무실을 나온 뒤 위기는 피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교실로 돌아가니 하율이 조용히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그 미친 여자가 널 처벌한 거야?" 송민지는 머리를 끄덕였다. "별거 아니야, 그냥 반성문을 쓰면 돼." 하율은 머리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앞으로 조심해야 해. 네가 퇴학하면 난 너처럼 향긋하고 부드러운 짝꿍이 없어질 거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날 부러워하는지 넌 모를 거야." 마지막은 자습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자 마침 오늘은 송민지가 당번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은 병가를 내 송민지 혼자 교실을 청소하고 칠판을 닦고 있었다. 오늘 숙제는 그리 많지 않다. 송민지는 양동이를 들고 의자 위에 올라가 젖은 수건으로 칠판을 닦고 있었는데, 문밖에 소리 없이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문 앞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문에 기대어 그녀가 힘들게 칠판을 닦고 있는 것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콜록..." 큰 체격의 소년이 반쯤 움켜쥔 주먹을 입가에 가져가 멋쩍은 기침을 했다. 그 소리에 송민지는 고개를 돌렸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넌... 넌 어떻게 온 거야?" 주익현은 키가 커 그녀가 낮은 의자에 서 있어도 겨우 그와 시선이 맞는 정도이다. "오늘 네가 당번이야?" 주익현은 그녀가 들고 있던 걸레를 가져가더니 소매를 걷어 구릿빛 피부를 드러냈다. 그의 팔은 혈관이 선명했고 뼈마디가 굵은 손으로 걸레를 씻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그는 물을 짜고 걸레를 깔끔하게 접어 송민지가 닿지 못하는 구석자리를 아주 쉽게 닦았다. 송민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응. 넌 날 피하는 게 아니야?" 주익현은 칠판을 닦다 멈칫했다. 그렇게 얼마 뒤 그는 칠판 전체를 모두 닦았다. 심지어 그는 빗자루를 들어 교실 전체를 청소하고 바닥까지 닦았다. 당번인 송민지가 할 일을 주익현이 모두 끝냈다. 저녁노을이 비치자 그의 그림자는 아주 길게 늘어졌고, 송민지의 시선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다. 이번에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어 정말 꿈만 같았다. 전생의 주익현은 큰 회사의 대표였지만 그녀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그녀가 아무리 까다로워도 단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제일 좋은 것만 주었다. 게다가 배민훈이 이시아에게 선물한 보석을 주익현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그녀에게 선물했으며 심지어 이시아보다 더욱 값진 것만 선물했다. 그 당시 송민지는 왜 이렇게 좋은 주익현을 갖지 않았을까? 그 대신 자신을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남자를 선택했다. "주익현!" 의자에서 내려오던 송민지는 갑자기 가까이 다가오는 담임 선생님을 보고는 얼른 주익현을 끌고 교실문 뒤로 숨었다. "소리 내지 마. 담임 선생님이 오셨어." 그때 장이현이 교실을 둘러보았다. "오늘 너 혼자 청소 당번인 거야?" 송민지가 문 앞에 선 채 머리를 끄덕였다. "네, 선생님." 장이현은 평소와 다른 송민지의 표정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복도도 청소해야 해. 그리고... 800자의 반성문도 잊지 말고." 송민지가 곧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장 선생님." 선생님이 떠나자 송민지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그때 주익현이 말문을 열었다. "반성문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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