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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장

앞부분만 듣고 표정에 변화가 없던 배민훈은 뒷부분의 말을 듣고는 눈속에 수심이 깊어지더니 마음속에 이상한 느낌이 스쳐갔다. 하지만... 이내 사라져서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들었다. 송민지는 욕실로 가서 얼굴을 씻고 알람을 맞춰놓은 후,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배민훈은 서재에서 오늘의 CCTV 영상을 보고 있었다. 사건이 시작되어서부터 끝날 때까지 총 두 시간 남짓이었다. 배민훈은 화면 속 영상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머릿속에는 온통 송민지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환한 웃음이 가득한 얼굴뿐이었다. 예전의 송민지는 그런 웃음을 배민훈한테만 보여 줬었다... 그 느낌은 마치 자신이 오랫동안 키우던 '물건'을 누가 가로챈 것 같은 느낌이라 너무 불쾌했다! 밤이 깊어서야 서재의 불이 꺼졌다. 밤에 배민훈은 잠옷을 입고 송민지의 방 앞에 나타났다. 문을 열려는 순간 몇 초 망설이더니 결국 뒤 돌아 방으로 돌아갔다. 송민지는 인기척을 듣긴 했지만, 몸을 뒤척이더니 또다시 잠들었다. 이튿 날 아침 날이 밝았고 하인들은 전전긍긍하며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따듯하게 데워진 우유가 송민지의 고정 자리에 놓여 있었다. 송민지를 깨우러 위층에 올라갔던 하인이 문을 열자,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에는 메모 한 장과 은행 카드 한 장이 놓여있었다. 방에 들어와서 메모 내용을 본 하인은 놀라서 얼른 뒤돌아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도련님, 민지 아가씨가 저택을 떠났습니다. 이 메모랑 카드들만 남기고 다른 물건들을 모두 가져갔어요." 소파에 앉아 있던 배민현은 뼈마디가 선명한 손을 들어 메모를 건네받고는 위에 적힌 내용을 보았다. 내용을 확인한 배민훈의 주변에는 차가운 기류가 맴돌았다. [미안해요, 오빠. 생각 많이 했는데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요. 나는 원래 있었던 곳이 좋아요. 오빠 나 갈게요. 이젠 주말에 나 데리러 안 와도 돼요. 방학하면 오빠 보러 갈게요. 이시아 씨랑 잘 지내요. 새언니한테 미안하다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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