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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송민지는 눈에 띄게 실망했다, 그녀는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어 학교로 들어갔다. 주익현이 자신을 봤는지 말았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예비 종소리가 울리고 나서야 송민지는 교실로 들어서 자리에 앉았다. 하율은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그리곤 몰래 간식까지 꺼내 송민지에게 사탕을 건네줬다. "이거 내가 어제 산 생강 사탕인데 엄청 맛있어, 선생님한테 들키지 마." "고마워." 그때 국어 과대표가 강단에 서서 아이들과 함께 교과서를 읽기 시작했다. 과대표는 오늘 하율이 유난히 진지하게 교과서를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이미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한편 송민지의 머릿속에는 온통 방금 전, 하율과 주익현이 함께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밖에 없었다. 설마 마지막에 결국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인가? 주익현은 결국 하율과 결혼하게 되는 건가? 만약 송민지가 여기에서 더 이상 끼어들었다가는 정말 세컨드가 되었다. 송민지는 일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아침 자습이 끝난 뒤, 다른 아이들은 아침을 먹으로 갔고 하율은 교과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송민지에게 물었다. "아침 먹으러 안 가?" "오기 전에 먹었어." 송민지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하율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여전히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맞다, 나 오늘 버스에서 너 봤어, 주익현한테 무슨 얘기 하려고 했던 거야? 이따 내가 대신 말해줄까?" 지금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 말을 전해줄 정도로 좋아진 걸까? 하율의 말을 들은 송민지가 교과서를 꾹 움켜잡아 꾸깃꾸깃한 흔적을 남겼다. "아무것도 아니야, 너는 아침 먹으러 가, 나는 예습할 게 있어." 창밖을 지나가던 사람을 본 하율이 다급하게 일어섰다. "응, 그럼 나 아침 먹고 올게." 그리곤 교실에서 뛰쳐나가 누군가에게 달려갔다. "주익현, 네가 가르쳐 준 방법 확실히 효과 있던데 오늘 저녁에 시간 돼? 아니면 내가 너네 집으로 갈까?" 그 말을 들은 송민지는 심장이 꽉 조여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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