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여기를 깨끗이 치우고 다시 차 한 잔 따라 내와.”
소시연이 떠나간 뒤 온세라는 휴대전화를 싱크대에서 건져냈다.
이렇게 되면, 분명 다시 켤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녀도 온미라가 감히 최씨 가문에서 이렇게 제멋대로 굴 줄은 몰랐다.
방금 온미라가 최서진에게 애교를 부리던 모습을 떠올린 온세라는 마음이 조금 서글펐다. 최서진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은 온미라의 이런 모습을 보며 살아왔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녀가 무엇을 원하든 주변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면 모든 것이 다 그녀의 것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됐어,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운명이 있어.’
온세라는 휴대전화를 놔둔 채 아무 말 없이 깨진 도자기 조각을 휴지통에 넣고 다시 간식을 담아 차와 함께 거실로 가져갔다.
그 시각 하인은 이미 온미라의 손에 난 상처를 다 처리해 주었다.
사실 상처는 크지 않았다. 깨진 도자기 조각에 베였을 뿐이고, 감쌀 때 피를 흘리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이었다.
“서진 오빠, 아파요, 제대로 처리 안 한 거 아니에요?”
최서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세히 살펴보니 대답했다.
“괜찮아, 걱정되면 병원에 보내줄게.”
“혹시 감염되지 않을까요. 파상풍 주사라도 맞아야 할 것 같아요.”
온미라의 말에 온세라는 마음속으로 웃어버렸다.
온미라는 의학을 공부하는데, 하필이면 이런 어리석고 무식한 태도를 보이다니.
“온세라 거기 서서 뭐 하는 거야?”
소시연은 갑자기 온세라가 나온 것을 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을 못 하면 그만이지, 서투른 솜씨에 눈치가 하나도 없어? 빨리 와서 미라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해.”
온세라는 넋이 나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녀에게 사과해야 한단 말인가?
과자와 찻잔을 내려놓은 그녀는 말없이 한쪽으로 물러섰다.
소시연은 여전히 고집했다.
“사과하라니까? 말도 못 하는데 귀도 먹었어?”
“됐어요, 시연 이모.”
온미라는 최서진에게 기대어 대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언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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