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그녀는 말을 돌리며 비꼬는 듯 말했다. “너 정말 여자 친구를 사랑하나 보다. 그 여자를 위해 신발도 벗어졌다면서? 이제 또 국을 끓여주려고? 너 정말 로맨티스트네.” 그녀의 말에는 짙은 질투가 묻어났다. 마치 강원우가 안소희에게 너무 신경을 써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 강원우는 그녀의 질투에 신경 쓰지 않고 무심코 물었다. “진백호는 어디 있어? 왜 네 곁에 없어?” 백소연은 그 말을 듣고 눈빛에 슬픔에 감겼다. 그녀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네가 뭔 상관이야? 어차피 나를 아껴주는 사람도 없으니 죽어도 상관없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강원우의 반응을 살폈다. 강원우가 무언가 말해주길 바라는 듯했다. 하지만 강원우의 다음 말은 그녀를 화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럼 진백호의 전화번호를 알려줘. 내가 전화해서 오라고 할게.” “강원우, 이 나쁜 놈!” 백소연은 화가 나서 강원우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갑자기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강원우에게 말했다. “몰라! 나도 지금 배고파! 너도 나에게 국을 끓여줘. 맛있는 거 만들어줘. 들었어?” 강원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안소희와 나는 친구니까 안소희를 돌보는 건 당연해. 하지만 너와 나는 아무 관계도 없잖아. 내가 왜 너에게 국을 끓여줘야 해?” 백소연은 강원우가 거절하자 당황했다. 그녀는 협박하듯 말했다. “네가 안 해주면 안소희에게 말할 거야. 너랑 내가 사귀었을 때 네가 항상 나를 괴롭혔다고. 그럼 네가 어떻게 설명할 건지 보자고!” 강원우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으면 말해. 네가 아무리 말해도 안소희는 믿지 않을 거야.” 백소연은 협박이 통하지 않자 당황했다. 그녀는 갑자기 달려가 강원우의 허리를 껴안았다. 달콤한 향기가 코를 스쳤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강원우를 바라보며 눈에 서린 원망을 드러냈다. “강원우, 너는 나에게 한 번이라도 약해질 수 없어? 나는 정말 네 마음에 조금도 들지 않는 거야?” 강원우는 그녀의 껴안음에 숨이 막혀서 벗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