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늦은 밤, 나는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와 비명에 잠에서 깼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방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계모가 눈물을 흘리며 쳐들어와 내 따귀를 여러 번 후려쳤다.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못 됐어?”
“낮에 민하를 다치게 한 것도 모자라 이젠 죽이려는 속셈이야?”
계모는 아빠 품에 안겨 훌쩍이며 말했다.
“우리 민하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걸 알면서도 여정이는 복숭아즙을 일부러 침대와 베개에 흘렸어요.”
“이건 우리 딸을 죽이려는 속셈이에요!”
“됐으니까 그만 울어. 다행히 일찍 발견해서 약 먹였으니 별일 없을 거야.”
아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모를 달래며 나에게 혐오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여정아, 정말 실망스럽다.”
“내일 이 집에서 나가.”
“네가 이 집에 머무르는 한, 누구도 편히 지낼 수 없어.”
순간 계모의 울음소리가 뚝 끊겼다.
나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원래 나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남자였다.
그는 한때 나를 깊이 사랑했고 나는 그의 소중한 하나뿐인 딸로 아주 귀하게 자라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했다.
나는 마치 행운을 전부 빼앗겨버린 소설 속 주인공처럼 점차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어서 울기도 화를 내기도 저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우리 부녀의 인연은 이미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내가 진씨 저택을 떠나던 날,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네 엄마 기일이 지나면 아빠가 데리러 갈 거야.”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떠난 후, 나는 주하준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과 아빠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전부 가위로 잘라 불태워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년 전에 샀던 웨딩드레스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건 주하준이 내게 고백한 후 내가 몰래 사뒀던 웨딩드레스였다.
어려서부터 수없이 꿈꿔왔던, 입으면 공주님처럼 변하는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였다.
하지만 지금, 난 내 손으로 직접 그것을 망가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