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송민하는 내 방으로 짐을 옮겼다.
하지만 나는 송민하의 방이 아닌 손님방을 선택했다.
메이드가 준비해 준 이불은 차갑고 축축해 나는 아예 옷을 입고 잠들었다.
어차피 며칠만 버티면 되는 일이다.
며칠만 지나가면 모든 것이 끝난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아래층으로 내려간 나는 엄마의 영정사진과 제사상이 엉망진창이 된 것을 발견했다.
엄마의 사진은 바닥에 떨어진 채 액자가 산산조각이 나 있었으며 사진 위에는 여기저기 더럽게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원래 환하게 웃고 계시던 엄마의 얼굴은 마치 고통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제사상의 음식들도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고 송민하의 반려견은 그 음식들을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송민하는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했던 내 다짐도, 모든 걸 그냥 넘기려고 했던 생각도 한순간에 전부 사라져 버렸다.
하여 나는 미친 년처럼 꽃병을 들어 송민하의 반려견을 향해 던졌다.
강아지는 놀라 도망쳤고 송민하는 비명을 질러댔다.
꽃병 파편이 그녀의 팔을 긁었는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진여정!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어떻게 동생한테 이런 짓을 해!”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송민하는 이미 아빠의 품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아빠, 살려주세요. 언니가 절 죽이려고 했어요...”
“너 정말 점점 더 심해지는구나!”
“아빠는 이거 안 보여요? 엄마 제사상이 망가졌잖아요! 영정사진도 산산조각이 났다고요!”
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렸다. 너무 억울하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아빠는 그저 주변을 훑어보며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람을 해쳐?”
“아빠...”
“여정아. 네 엄마 죽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거야? 죽은 사람이 산 사람보다 더 중요할 순 없잖아!”
송민하는 창백한 얼굴로 겁에 질린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빠, 제 강아지가 실수로 제사상을 엎었어요. 언니한테 사과하려고 했는데 언니가 계단에서 내려오자마자 절 때리기 시작해서... 게다가 사과하기도 전에 저한테 꽃병을 던졌어요.”
그녀는 피가 흐르는 팔을 들어 보이며 서러운 듯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차라리 저 엄마랑 이 집에서 나갈게요...”
“짐승은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인 네가 어떻게 이리 철이 없어?!”
아빠는 나를 한참 노려보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내 따귀를 강하게 후려쳤다.
내가 피하지 않자 아빠도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송민하를 데리고 상처를 처치하러 떠났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서야 따끔거리는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퉁퉁 부은 볼을 손으로 감싼 채 내 자신을 비웃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집안에 더는 내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