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대화방에서 나오자마자 주하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여정, 당장 여기로 와.”
“어딜?”
“알잖아. 우리 아지트.”
“무슨 일인데?”
“와서 민하한테 사과해.”
“내가 왜 사과해야 해?”
“네가 대화방에서 그렇게 나가면 다른 애들이 민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주하준의 말투는 아주 단호하고 강압적이었다.
“난 다른 사람이 민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 원치 않아.”
“내가 민하를 선택했어. 난 민하한테 충분한 명분을 줘야 하겠거든.”
“민하는 잘못한 게 없어. 왜 네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불륜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지?”
그의 말 한 마디에 감정적으로 휘둘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화가 나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휴대폰을 들고 있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목소리마저 떨려왔다.
“주하준, 정도껏 해. 선 넘지 말고.”
“어떻게 날 이렇게 괴롭힐 수 있어?”
“배신한 건 너잖아.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심지어 두 사람 축하해주기까지 했다고. 그걸로도 부족한 거야?”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울지 않으려고 애 썼지만 나도 모르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순간 전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주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진여정.”
“이번 일은 더는 문제 삼지 않을게.”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해. 민하는 아무 죄가 없어.”
“그러니 괜히 민하한테 화풀이하거나 상처 주지 마.”
전화가 끊기자 나는 카펫 위에 주저앉아 온몸을 떨었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영정사진 속 엄마는 부드럽고 자애롭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구슬 끊어진 듯 눈물을 쏟아내며 엄마의 사진을 꼭 끌어안았다.
나는 차가운 액자에 얼굴을 맞댔다.
눈물은 멈출 줄 몰랐고 사진 속의 엄마도 마치 내 슬픔에 가슴 아파하는 듯했다.
나는 더는 울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저세상에서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라도 할까 봐 그게 싫었다.
엄마의 기일이 지나면 나는 엄마의 유품을 챙겨 영영 이곳을 떠날 것이다.
다시는 이 더러운 하성에 발도 붙이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