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김유미도 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갑자기 할아버지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너 더러 앉으라고 했어?”
하지만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악의에도 김시아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 착석했다.
“저도 김씨 가족인데 왜 못 앉는 거죠?”
분명히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하게 했다.
“너!”
김시아의 기에 눌린 김진섭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돌려 곁에 있는 심수정한테 화풀이를 했다.
“너희들이 가정교육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어린 애가 어떻게 어른한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윗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거야?”
어르신의 분노에 항상 온화하던 심수정의 표정도 굳어버렸다.
“너랑 저 버르장머리 없는 애는 겸상할 자격도 없어!”
김진섭은 호되게 혼내고 바로 김유미를 보며 상냥하게 말했다.
“우리 먼저 먹자. 저 두 사람은 신경 쓰지 마.”
이때,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김은준이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려고 할 때 김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다 먹지 말죠.”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에 한기가 서려있는 듯했다. 그녀는 있는 힘껏 밥상을 엎었다.
자기랑 엄마만 당할 수 없었다.
동생의 패기에 김은준은 속이 다 시원했다. 분위기가 험악하지 않았다면 박수치며 응원했을 것이다. 그는 갑자기 동생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너... 켁, 켁, 켁... 이런 버르장머리...”
잔뜩 어질러진 바닥을 보며 김진섭은 자신의 권위가 도발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눈빛은 점점 더 험악해졌고 분노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할아버지...”
김유미도 질세라 합세했다.
“언니, 할아버지 몸도 편찮으신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
이에 김시아가 차갑게 답했다.
“죽지 않아.”
그녀의 말이 맞다. 할아버지가 생사를 넘나든다고 해도 그녀가 구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그러나 김진섭은 그녀의 말이 도발로 느껴졌고 분노가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몸이 점점 심하게 떨렸다.
아빠가 분노에 차 곧 숨이 멎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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