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김시아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심아준은 흥미진진하게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 진우주에게 다가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여자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냉담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심아준은 진우주의 경고에 찬 눈빛도 무시한 채 두 눈에 장난기가 발동하며 물었다.
“시아 씨, 우주 형과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
이 물음에 김시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친구는 아니지만 낯선 사람보다는 조금 더 익숙했다...
“동생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다 이해할 수 있어...”
김시아와 친한 척하기 위해 애쓰던 심아준은 갑자기 그녀의 손에 든 우유를 보더니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세상에! 시아 씨 혹시 아직 미성년자인 건 아니지?”
‘만약 김시아가 아직 미성년자라면 우주 형은 짐승보다 못해!’
“이젠 성인이에요.”
김시아는 빨대를 물고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나 하얗고 작은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어 강렬한 대조를 이루었다.
‘너무 귀여워!’
이 말에 심아준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놀란 가슴을 진정했다.
‘우주 형이 짐승처럼 행동할 리가 없어!’
“우유를 마시는 게 심심하지 않아? 술도 한번 마셔볼래?”
눈썹을 찌푸리며 건들건들하게 웃는 심아준은 왠지 어린이를 속이는 사기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술을 마셔본 적이 없는데...’
잠시 생각한 후 김시아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난 시아 씨 같은 시원시원한 성격이 좋아!”
종업원을 불러 와인 한 병을 주문한 심아준은 술을 김시아에게 한잔 가득 부어주었다.
“자, 우리 건배해!”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보니 입안에서 과일 향과 꽃향기가 나자, 김시아는 처음 마셔보았지만 맛있다고 느꼈다.
김시아는 또 몇 모금 마시더니 곧 잔을 비웠다. 맛도 좋지만 왠지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
“우주야, 어때? 김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를 만나보았어?”
전화기 너머로 할머니의 격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 말이 맞지? 훌륭한 아가씨야!”
진우주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어쩔 수 없는 듯 미간을 문질렀다.
“할머니, 제가 도착했을 때 그 아가씨는 이미 일이 있어 떠났어요!”
이 말을 들은 여희숙은 화가 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좀 일찍 가라고 했더니만! 너 때문에 화가 났으니 앞을 일주일간 전화하지 마!”
끊어진 전화를 보며 진우주는 한숨을 내쉬고나서 다시 룸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심아준의 비명이 들려오더니 심아준이 발길에 차여 밖으로 굴러 나왔다.
“아이고, 엉덩이...”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난 심아준은 엉덩이를 문지르며 얼굴에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소녀의 발길에 차여 룸 밖으로 나와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 소문이 퍼지면 나 심아준의 체면을 버리게 됐어!’
“무슨 일이야?”
진우주의 목소리를 들은 심아준은 얼른 엉덩이를 짚으며 고자질했다.
“형, 단단히 혼내줘야 해! 술을 좀 마셨는데 상태가 이상해진 것 같아 난 분명히 못 마시게 했어. 술잔을 빼앗으려고 했더니 갑자기 시아 씨가 발로 날 차버렸어...”
“누가 너더러 시아에게 술을 주라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