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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두 사람은 그렇게 종일 가게에 남아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하고 다 장만한 물품들을 하나둘씩 진열대에 올려놨다. 문 앞에도 버블티, 닭꼬치 구이, 팥빙수 등 갖가지 간식거리를 만들 수 있는 매대를 차려놨다. “이서야, 날씨도 쌀쌀한데 우리 군고구마 기계도 하나 장만할까?” 백지효가 문 앞 진열장에 각종 음료수를 넣으며 안이서에게 물었다. “좋지. 네가 대주주이니까 알아서 하시면 돼요.” 안이서가 배시시 웃으며 백지효에게 장난치듯 말했다. 백지효는 쾌활한 성격이라 이 말을 듣더니 대뜸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이젠 사장님 되겠네?” 둘이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안이서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안채아한테 걸려온 전화였다. 내일 가게 오픈날이니 언니가 이 시간대에 전화하는 건 분명 몇 시에 오픈하냐고 묻는 전화일 것이다. 안이서는 잔뜩 흥분됐다. 드디어 절친과 함께 가게를 차리게 됐고 이후에 돈을 엄청 많이 벌어서 언니와 조카를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언니네 시댁에서도 더는 언니를 기생충이라고 삿대질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안이서가 들뜬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언니!” 미처 말을 잇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두려움에 휩싸인 조카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간간이 어른들의 욕설도 들려왔다. 곧이어 안채아의 시어머니 나인숙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안이서, 너 당장 와서 너희 엄마 데려가. 안 오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안이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상대가 전화를 툭 꺼버렸다. 백지효는 안색이 어두워진 그녀를 보더니 재빨리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소현정 그 인간이 우리 언니네 집에 찾아가서 난리를 피우나 봐.” 안이서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고 두 손이 차갑게 식었다. 그녀는 반드시 지금 당장 언니네 집으로 가봐야 한다. “내 차 타고 가자.” 백지효는 두말없이 차를 가져와서 안이서를 앉히고 안채아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아래에 도착하자 3층의 격한 욕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고 안이서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소현정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얼어 죽을 년, 돈 많은 집에 시집가니 눈에 뵈는 게 없어? 나랑 네 아빠의 사활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 소현정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오늘 이서 어디로 이사 갔는지 안 알려주면 너희 집 문 앞에서 목 매달고 죽을 거야 확! 너 평생 재수 없게 만들어줄 거라고 내가!” 이 말을 들은 안이서는 치가 떨려 몸을 파르르 떨었다. 두 자매가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번 생에 이토록 막돼먹고 파렴치한 소현정과 엮인 걸까? “이서야, 우리 일단 신고해. 잘 들어. 이런 일은 절대 흥분하면 안 돼.” 백지효도 화나긴 하지만 매우 침착한 모습이었다. 안이서도 알고 있다. 법치 사회에서 피해를 보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란 것을. 아마도 위층 상황이 매우 열악하여 언니네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할 수 없나 보다. 안이서는 소현정의 수단을 너무 잘 안다. 아니나 다를까 3층에 도착하니 집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휙 날아오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니 글쎄 생리대일 줄이야. “그래도 명색이 어른인데 어찌 애들 앞에서 이토록 뻔뻔스럽게 굴어요?” 안채아의 시어머니 나인숙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턱턱 막혔다. 이토록 껄끄러운 물건까지 집밖에 내동댕이쳐지자 기가 차서 머리가 어지럽고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한편 소현정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제법 당당하게 소리를 질렀다. “어른이고 애들이고 가릴 게 뭐가 있어요? 내 말 잘 들어요. 다들 누가 감히 안이서 그 빌어먹을 년 한 번만 더 옹호하면 당신들 가족 모두 십 년 동안 재수 없게 만들어줄 거야 내가!” 소현정이 이렇게까지 말을 내뱉었다는 것은 안채아를 단 한 번도 제 가족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걸 가히 증명해주고 있다. 안채아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다독여주었다. 너무 울어서 빨갛게 부은 그녀의 두 눈은 절망과 분노로 휩싸여 있었다. 문 앞에 있는 소현정을 날카롭게 째려보다가 문득 집안으로 들어오는 안이서도 발견했다. “이서야, 네가 여길 왜 왔어?” 안채아는 시어머니가 본인 휴대폰을 뺏어서 안이서에게 전화했다는 걸 아예 몰랐다. 이때 소현정이 급발진했다. “이놈의 계집애, 너 드디어 나타났네. 난 또 밖에서 굴러다니다가 뒈진 줄 알았잖아!” 소현정은 또다시 안이서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다짜고짜 귀를 비틀려고 했다. 다만 안이서는 이젠 다 컸고 더 이상 쉽게 그녀의 손에 통제될 아이가 아니었다. 심지어 재빨리 손을 번쩍 들더니 소현정의 손등을 찰싹 내리치기까지 했다. 찰싹하는 소리는 마치 소현정의 뺨을 내리치는 것처럼 제대로 체면이 구겨졌다. ‘이년이 감히 사돈들 앞에서 내 체면을 짓밟아?!’ “야 이 배은망덕한 년아! 대체 얼마나 능력 있는 잡종 같은 놈을 만났길래 제 어미한테까지 손을 대!” 소현정은 그야말로 폭주 기관차처럼 험담만 내뱉었다. 안이서는 그래도 그녀가 어른이라고 상황을 너무 난처하게 만들진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계모의 기세가 전혀 줄어들지를 않았다. ‘안 되겠어. 이대로 더 참았다가 나랑 언니한테 미안해지는 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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