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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비서 허연우는 뛰어난 업무 효율로 30분 만에 안이서가 작년에 지원한 이력서를 바로 찾아내서 연준호에게 바쳤다. 솔직히 그녀는 아담하고 귀여울 뿐만 아니라 한눈에 봐도 미녀였다. 다만 이력서를 쭉 훑어보면 우수한 성적 이외엔 별다른 특색이 없었다. 이력서란 취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아이는 이력서로 자신의 최대의 장점을 드러낼 줄도 모르고 심의하는 사람의 눈에도 당연히 안 들어올 게 뻔하다. 그러니 깊이 묻혀버리는 수밖에. 이점만 놓고 봐도 안이서는 별다른 꿍꿍이가 없는 솔직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어젯밤에 그녀가 건넨 질문에 연준호는 괜한 생각을 한 것만 같았다. 그가 연씨 성이니 대기업 연성 그룹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연준호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운명이라 감당해야 할 압력도 어마어마했다. 연성 그룹 오너 자리에 오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경계를 늦춰선 안 됐다. 그래서 습관처럼 괜한 생각을 한 것이고 안이서를 오해하게 된 것이다. 이력서를 다 본 후 그는 옷을 갈아입고 회사로 떠날 채비를 했다. 지하 차고에 내려온 연준호는 제 차 쪽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누군가와 대화하는 안이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이젠 아이 네 번이나 낙태했어. 주변에 아는 사람 있으면 나한테 소개해줘 봐. 모레쯤 그리로 갈게.” “그 사람한테 뭣 하러 알려줘! 이건 어차피 내 일이잖아.” “그래, 이번 것도 가질 수가 없겠네. 대체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니까.” ‘낙태를 네 번이나?!’ 연준호는 순간 심장이 움찔거렸다. 여자아이가 제 몸 하나 아낄 줄 모르고 대체 얼마나 문란하게 노는 걸까?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도 그는 이 여자의 과거를 따질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이제 그녀는 연준호의 와이프가 됐으니 한마디쯤은 물어볼 수 있겠지... 이렇게 생각한 연준호는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안이서를 불렀다. 안이서는 휴대폰을 내리고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준호 씨? 왜 여기 계세요?” 오늘은 주말인데 연준호는 왜 쉬지 않고 정장 차림에 어디로 외출하려는 걸까? 연준호는 그녀의 생각 따위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방금 이 질문이 한없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왜 여기 있냐니? 만약 그가 갑자기 외출하지 않았다면 안이서의 이런 비밀도 전혀 몰랐을 텐데 말이다. 가족에 관한 일은 그녀가 언급하길 꺼렸고 연준호도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더 캐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자그마치 부부 사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만에 하나 나중에 소란이 일면 명색이 연성 그룹 대표가, 연씨 가문의 유일한 정통 계승자가 와이프한테 배신당하는 꼴이 날 것이다. “나한테 할 말 없어?” 그는 안이서의 앞으로 다가가 확연한 키 차이 덕분에 그녀를 거만하게 내려다봤다. ‘할 말? 무슨 할 말?’ 그녀는 연준호가 외출할 줄은 몰랐다. 여기서 일부러 그의 차를 얻어타려고 기다린 게 전혀 아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안이서가 재빨리 말했다. “없는데요. 저 가게 나가봐야 해서 이만 갈게요.” 그녀는 행여나 연준호를 귀찮게 굴까 봐 귀여운 스쿠터를 타고 곧장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도망치는 듯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준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이런 시선과 압박 속에서 감히 줄행랑치는 사람은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잘났어, 안이서. 이런 줄도 모르고 어젯밤엔 괜한 오해를 했다고 미안해했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었네.’ 이제 보니 그녀는 순진한 겉모습과는 달리 연준호에 버금가는 음침한 사람일 것 같았다. 그는 어떤 일들은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곧바로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 안이서는 스쿠터를 타고 곧이어 가게에 도착했다. 오늘은 가게 장식을 다 마친 날이라 그녀의 재벌 절친 백지효가 청소 업체 아줌마들을 미리 불러왔다. “이 가게 우리가 함께 운영하는 건데 요즘 네가 장식 일로 너무 고생했어. 오늘은 푹 쉬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안이서는 살짝 걱정된 듯 백지효를 쳐다봤다. “너 이제 막 물건 들이고 힘들 텐데 얼른 돌아가서 쉬어.” “그건 힘든 일도 아니야. 오늘 빨리 가게 청소 마쳐야 해. 내일 월요일, 우리 가게 오픈일이잖아!” 백지효는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 이 가게는 두 사람이 졸업 후 처음 시작한 창업이라 모든 면에서 꼼꼼해야 한다. 안이서와 백지효는 대학교 때부터 한 기숙사에서 함께 지냈다. 백지효는 고현 일대 출신이라 집안 대대로 내려오며 장사에 매우 능했다. 안이서가 취직이 순탄치 못하고 또한 그녀가 돈벌이할 수 있는 똑 부러진 솜씨를 지니고 있다는 걸 알았던지라 백지효가 함께 가게를 열자고 먼저 제안했다. 둘은 절친한 사이이고 백지효는 또 워낙 통쾌한 성격이라서 안이서가 인력만 제공해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둘은 그렇게 이 가게를 꾸미기 시작했다. “아 맞다. 내가 다 연락했으니 곧 있으면 네 스쿠터 수리해줄 사람이 올 거야. 나도 이젠 입 아프게 말했겠지만 제발 그 스쿠터 좀 바꾸면 안 돼? 벌써 사오 년은 됐잖아.” 백지효는 앞치마를 두르고 옷소매를 걷더니 소탈한 모습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안이서는 스쿠터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3개월이나 돈을 모아서 산 스쿠터였기에 설사 바꾼다고 해도 나중에 가게가 좀 잘 되거든 다시 고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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