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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장

안채아와 안이서처럼 쓸모없는 딸이라면 모를까, 아들을 목숨처럼 아끼는 소현정이 그를 이렇게 위험한 곳에 있게 할 수 없었다. 정희숙의 말에 이웃들의 비난을 받던 소현정은 혼자서 동네 사람들을 당해낼 수 없어 기세가 약해질 무렵 바깥에서 구경하던 안이서를 보았다. “안이서?” 안이서를 보자 소현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네 사람들을 욕할 수 없어도 안이서에게는 분풀이할 수 있었다. 순간 소현정은 미친개처럼 사람을 비집고 안이서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팔을 비틀기 시작했다. 아직 가을이라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하지만 정오에는 더워서 긴 팔 티셔츠만 입었는데 소현정이 힘주어 팔을 꼬집자 대뜸 멍이 들었다. “소현정 씨, 뭐 하는 거예요!” 안이서는 자기에게 화풀이하는 소현정을 밀쳐내며 큰 소리로 물었다. 안이서의 힘에 밀려 두 걸음 뒤로 물러서던 소현정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정희숙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휴, 양심도 없는 후레자식 좀 보세요. 힘들게 키웠는데 동생을 돕지 않고 돌아오자마자 어머니를 때려요!” 소현정이 울부짖어도 이웃들은 그녀를 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두 눈으로 방금 일어나 일들을 똑똑히 보았고 소현정이 힘들게 키웠다고 했지만 첫마디가 후레자식이라며 욕했다는 건 이 아이에게 잘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많은 이웃은 안이서를 알고 있었고 두 자매가 다 좋은 아이지만 몇 년 동안 부모님의 괴롭힘을 받은 것도 알고 있었는데 이미 시집간 안채아가 가장 불쌍하다고 했다. “아가야, 넌 돌아오지 말아야 했어. 두 사람 싸우도록 놔두면 돼. 막돼먹은 늙은이들은 좋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오늘은 주말도 아니잖아. 어서 출근해. 넌 상관하지 마.” 다행히도 옛 이웃들은 모두 다가와서 안이서를 감싸주며 빨리 떠나라 했다. 솔직히 안이서도 이런 일에 참여하기 싫었지만 소현정이 자기보다 더 센 사돈을 보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 “어머? 왜 쓸데없이 참견하세요? 당신네 집안일도 아닌데 왜 끼어들어요?” 소현정이 일어서기도 전에 정희숙이 먼저 몸을 일으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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