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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낯선 여자의 말다툼 소리를 들으며 안이서는 휴대전화가 고장 난 줄 알았다. 다행히 소현정이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야, 빨리 집으로 돌아와 봐. 집은 거의 텅 비었어.” 알고 보니 안재준의 예비 장인, 장모가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이다. 딸의 배는 점점 더 불어나는데 안재준은 계약금을 낼 수 없었고 그 차를 팔아도 부족했다. 더군다나 그 차는 겉치레로 결혼할 때도 써야 하니 팔 수 없었다. 그래서 안재준의 예비 장인어른이 찾아와 소란을 피운 일은 온 동네가 다 알게 됐다. 안이서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렇게 소란을 피우다간 소현정이 틀림없이 안채아를 찾아갈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 원래 생활이 어려운 언니를 생각하며 안이서는 이 일을 언니에게 떠넘길 수 없었다. 결국, 안이서는 백지효더러 먼저 차를 몰고 연성 그룹에 배달하러 가라고 한 뒤 그녀는 스쿠터를 타고 안재원과 소현정이 사는 동네로 왔다. 안재원은 무능력한 남자였다. 지금 사는 이 집도 젊었을 때 하혜령과 함께 노력하여 장만한 낡은 아파트였다. 이런 오래된 건물은 모두 비교적 밀집되었고 녹화지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언성을 조금만 높여도 온 동네가 들을 수 있었다. 안이서가 스쿠터를 타고 아파트 단지에 도착해보니 벌써 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대부분은 구경하러 내려온 이웃이었다. 낡은 아파트라 관리원이 없었고 크고 작은 일은 모두 주민 센터에서 대신 관리하는데 아마 일이 너무 커져서 주민 센터의 사람들도 다 온 것 같았다. “일이 있으면 잘 협상해야지 소란을 피우면 어떡해요.” “그럼요, 먼저 일어나 보세요. 집에 가서 잘 상의해야지 계속 밖에서 이러시면 민폐에요.” 하지만 안재준의 장인, 장모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장인어른은 욕지걸을 하고 있었고 장모님인 정희숙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아이고 하나님! 우리 딸 가엾어요. 너무 억울해요! 여러분들도 들어보세요. 안 씨네 가족은 인간쓰레기예요. 그 집 아들은 내 딸의 배를 불려놓고 인정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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