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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갑작스러운 증손자 재촉에 연준호는 당황했다. “할아버지, 이건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결혼 재촉도 모자라 이제는 아기까지 재촉하시면 어떻게 해요. 저 이서랑 만난 지 고작 3일밖에 안 됐어요.” 연준호는 굉장히 효자였고 이미 할아버지 말씀대로 결혼도 했으니 그 이후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안이서와의 결혼이 얼마나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아기를 가지라고 재촉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3일이면 뭐? 나랑 네 할머니는 부모님이 정해주신 혼사였고 결혼식 날이 첫 만남이었어. 그래도 자식들 가득 낳았잖니!” 연민철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준호가 장남이자 장손이니 내년 안으로는 반드시 증손자를 안을 거라고 마음먹었다. “자, 이거 한 번 먹어봐.” 증손자 이야기가 나오자 연민철은 안이서 생각에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며 서둘러 안이서 가게에서 사 온 음식을 연준호에게 건넸다. 연준호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길거리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이렇게까지 가져왔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얼마 전 안이서가 해준 국수가 이미 그의 한계였는데 연민철까지 이런 걸 가져와서 먹으라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화려한 선물 가방이 눈에 띄었다. 대체 저 안에 또 어떤 물건이 들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순간 연민철은 연준호의 눈길이 선물 가방을 스치는 걸 발견했다. 그는 손자를 직접 키워왔기에 손자의 머릿속을 꿰뚫고 있었다. “이 귀여운 가방 안에 뭐가 들었을지 궁금하지?” “귀엽다고요?” 연준호는 자기 할아버지가 ‘귀엽다’는 말을 할 줄 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연민철은 엄격하고 고지식한 분이었고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도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렇게 귀엽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연민철은 연준호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보물을 자랑하듯 선물 가방에서 털실로 만든 인형 한 쌍을 꺼냈다. 연준호는 그 인형들이 꽤 정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어렸을 때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준 인형들보다 더 정교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뛰어난 솜씨라니. 할아버지는 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어때? 손재주가 대단하지? 디자인도 참신하고 너희 할머니가 만든 것보다 훨씬 좋지 않니?” 이때 연민철이 자랑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연준호는 연민철의 이런 모습과 아까 가져온 길거리 음식까지 생각하니 무언가 떠오른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지, 어디 다녀오셨어요? 누구를 만난 거예요?” “이제야 제대로 묻는구나.” 연민철은 인형 한 쌍을 들고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자리에 조심스럽게 인형들을 올려두었다. 연준호의 사무실은 무게감 있는 나무로 만든 책상이었고 그런 책상 위에 이렇게 귀여운 털실 인형이 있으니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그의 옆에 갑자기 나타난 귀여운 안이서처럼 그의 스타일과는 전혀 맞지 않으면서도 그가 절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 것처럼 말이다. “내가 여기서 일할 때도 책상 위에 너희 할머니가 만들어준 작은 소품들이 있었어. 그 안엔 사랑이 가득했지.” 연민철은 그때를 떠올리며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연준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매우 사랑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과 안이서가 그렇게 사랑할 거라는 뜻은 아니다. ‘할아버지, 이서 가게에 다녀오신 거예요? 이거 이서가 만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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