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유지아는 잠깐 멈칫했다. 그날 이씨 가문에서 돌아온 후부터 진연훈이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여기서 하룻밤 잤었다. 오늘 아침 또 침을 놓아주었고 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있을 줄 몰랐다. "이건 내 집이야." 진연훈이 그렇게 말하자 유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자주 살지 않는다면서요?" "하지만 내 병이 너를 떠날 수가 없어." 진연훈은 검은 눈동자로 유지아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매력적인 목소리로 끝말을 끌어 말하니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그 소리에 살짝 찌릿해 난 유지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진연훈은 유지아를 보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예쁜 얼굴을 보다가 아래로 시선을 옮기게 되었다. 유지아는 베이지색 실크 잠옷 치마를 입었는데 새하얀 쇄골 아래로 가슴이 보일락말락 했다. 진연훈은 갑자기 목이 말랐고 유지아 품에서 자고 있는 미니피그가 거슬리기 시작했다. 진연훈은 성큼 앞으로 다가가서 마디가 뚜렷한 손으로 유지아의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는 손가락으로 가는 그녀의 목을 쓸어내리더니 그녀의 품에서 미니피그를 안아가며 말했다. "이렇게 잘해주면 안 돼." 유지아는 한참 지나서 진연훈의 시선을 의식하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유지아가 다급하게 문을 닫아버렸다. 진연훈이 갑자기 들자 미니피그는 잠에서 깨어났고 멍하니 닫힌 문을 보고 머리를 들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진연훈을 보았다. '내가 분명 주인님 품에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지?' "이제 쟤 품에 안기지 마." 진연훈은 식지로 미니피그의 머리를 살짝 찍었다. 미니피그는 어리둥절했다. 방 안에서 유지아는 문에 기대 있었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전에 혼자 사는데 익숙해서 아주 자유롭게 있었는데 진연훈이 아직도 여기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전에 진연훈이 했던 말로도 충분히 당황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데 지금 이렇게 난감한 일이 벌어지니 유지아는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유지아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이 남자의 외모에 혹하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