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유지아가 시험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두 번째 시험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감독 선생님이 유지아를 막고 말했다.
"시험 시작 15분 뒤에는 시험장에 들어갈 수 없어."
유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
마침, 유지아의 휴대폰이 울렸고 이건우한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분노에 찬 이건우의 소리가 들렸다.
"유지아, 너 겁을 상실했어? 감히 도망을 가? 너 이씨 가문 체면 다 깎아내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지금 어디 있든 당장, 당장 집으로 튀어 와! 밖에서 창피하게 하지 말고..."
'시끄러워.'
유지아는 무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건우가 아직 욕을 다 하지도 못했는데 뚜뚜 소리가 들려 휴대폰을 보니 전화가 끊어졌다!
순간 열이 받혀서 다시 전화를 걸었고 정말 화가 나 휴대폰을 던지고 싶었다.
'감히 내 전화를 끊어!'
이건우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고객님이 전화기가 꺼져있으니 나중에 다시..."
유지아는 휴대폰을 끄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려는 감독 선생님을 불러세웠다.
"선생님, 제가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네가 유지아야?"
감독 선생님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조금 전 미연 선생님이 특별히 와서 물었기에 인상이 아주 깊었다.
그는 시험 볼 때 지각하는 학생을 제일 싫어했다.
그런 학생들은 시간 개념이 약하기에 성적도 좋지 않으니 시험을 봐도 소용없었다.
"네."
유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학기에 다시 와. 너 첫 번째 국어 시험 보지 않았고 이번 수학도 늦었으니 오후에 영어와 종합시험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해서 입학 선에 도달할 수 없어."
감독 선생님은 손을 흔들며 빨리 가라고 했다.
유지아는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제가 오후 시험 두 개 볼 시간에 시험지 넉 장을 할 수 있어요."
그 말을 들은 감독 선생님은 멈칫했다. 10년 동안 감독 선생님을 했지만 이렇게 오만한 학생은 처음 보았다.
'1등만 하는 육진우도 쉽게 그런 말을 내뱉지 못했는데 산구석에서 온 촌년이 감히 이런 허풍을 쳐?'
그는 비웃으며 말했다.
"어머? 그렇게 대단한 분이 왜 고등학교에 오셨대? 차라리 바로 수능 보고 대학 가."
유지아는 말문이 막혔다. 물론 그럴 능력이 있긴 했지만 그건 너무 튀었기에 귀찮아질 것 같았다.
"지아 학생, 아직 있어서 다행이네."
그때, 나 주임님이 헐떡대며 뛰어왔다.
"나 주임님?"
감독 선생님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 주임은 손을 무릎에 대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정 선생님, 수고스러운 대로 추가 근무해서 유지아 학생이 입학 시험볼 수 있게 해주세요."
"왜요?"
추가 근무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감독 선생님은 바로 기분이 언짢았다.
특히나 지각생을 위해 추가 근무해야 해서 더 짜증이 났다.
나 주임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지아 학생이 진 교수님한테 불려 가 도와주느라고 시험 시간에 늦었대요."
"진 교수님이 저한테 직접 와서 상황을 설명해 주라고 했어요. 남을 도와주는 착한 학생을 속상하게 하면 안 된다면서요."
유지아는 말문이 막혔고 의아해서 나 주임을 보았다.
'진연훈을 다정하다고 해야 하나?'
'일부러 그런 건가?'
감독 선생님은 추가 근무하기 싫었지만 교감이 직접 뛰어왔고 원장님도 예의를 갖춰 대하는 진 교수님을 들먹이니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주임이 가자 그는 유지아를 혼자 빈 교실로 데려가 시험지 네 개를 그녀 앞에 놓으며 말했다.
"시험 두 개 보는 시간에 시험지 네 개 할 수 있다며? 해."
그러고는 뒤돌아 강단에 앉았다.
유지아는 할 말을 잃었다.
'겸손이 정말 어렵네.'
유지아는 담담하게 앉아 시험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유지아가 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문제를 한 번 보는 습관이 있었다.
대충 내용을 알고 나서 속으로 계산하고 다시 필을 댔다.
감독 선생님은 강단에 앉아 휴대폰을 보며 머리를 들어 시험지를 보며 멍때리는 유지아를 쳐다보았다. 유지아가 계속 시작하지 않자 그는 속으로 비웃었고 화가 나기도 했다.
'얘 설마 시험 문제도 못 알아보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 무슨 두 장 볼 시간에 넉 장 다 할 수 있다고!'
'정말 시간 낭비야.'
드디어, 15분이 지나고 유지아가 오른손에 펜을 들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험 시간이 지났다.
감독 선생님은 시간을 정확하게 재고 아직 문제를 풀고 있는 유지아를 보며 말했다.
"시간 됐어, 완성한 두 장 먼저 바쳐."
유지아는 그 말을 무시하고 계속 문제를 풀었다.
"그만 쓰라니까, 안 들려? 그깟 시간에 무슨 문제를 푼다고."
감독 선생님은 성큼 다가가 그녀가 문제를 풀려는 걸 막으려고 했다.
유지아는 오른손으로 계속 문제를 풀면서 머리를 들지도 않고 왼손으로 시험지 두 장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