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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윤지현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아, 저는 그냥... 저한테 청소 같은 걸 시키실 줄 알고요. 지금 제가 몸을 제대로 못 쓰니까... 그래서 못한다고 한 거죠.” 조도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팔짱을 낀 채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마치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굳이 지금 당장 들춰내지는 않겠다는 듯한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비꼬듯이 말했다. “윤 비서 참으로 순진하네.” 그 말에 윤지현은 얼굴이 불타오를 것만 같았다. ‘이 사람, 내가 혼자 헛된 망상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녀는 얼굴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반박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서류를 부랴부랴 집어 들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제가 하면 되는 일이 뭐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조도현은 더 이상 이 주제를 잡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 업무 지시를 내렸고 이후엔 각자 서류를 검토하며 조용히 일을 했고 책상 위엔 종이 넘기는 소리만 가득했다. 한 시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윤지현은 고개 한 번 들지 않고 업무에 집중했다. 완전히 일에 몰입해 있는 모습에 조도현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진성주는 잠시 거실로 나왔다가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아니 대표님이 내려가서 데리고 온다더니 왜 아직도 안 내려오지?’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결국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5분 후, 조도현은 윤지현을 휠체어에 태운 채 서재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 들어갈 때와 달리 기운이 빠져 있었고 마치 도망가고 싶지만 도망칠 수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식탁으로 가자 진성주가 환한 얼굴로 의자를 빼며 맞이했다. 조도현이 그녀를 휠체어에서 들어 올려 의자에 앉히려 하자, 그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내가 안아주면 또 이상한 생각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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