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화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여행을 떠나려다가 새로운 직장을 찾기도 했고 이혼 후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어서 꽤나 재미있었다. 스노랜드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외로움을 타는 것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시끌벅적하고 바쁘게 지내다 보니 운성의 일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운성이 어떻게 되었는지, 오랜만에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
그 시각. 운성.
고유진은 자기 로펌에서 심은우를 만나기로 했다.
사무실 밖의 밤은 어두웠다. 오늘 운성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려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어 도시 전체가 칙칙해 보였다.
심은우는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머리는 단정하게 정리했으며 수염도 깔끔하게 깎았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로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있었지만 어둡고 흉흉한 기운이 감돌았다.
심은우는 여전히 고고하고 강압적인 심씨 가문의 도련님이었다.
어제 초라하게 무너져 미친 듯이 흐느끼던 남자는 없었다.
“며칠 더 슬퍼할 줄 알았는데, 좀 더 연기해도 되었을 텐데요.”
고유진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좋네요. 빨리 정신 차리고, 해야 할 절차를 빨리 끝내는 것도 좋으니까요.”
고유진은 테이블 위의 이혼서류를 밀어 심은우 앞에 놓았다.
심은우는 아무렇지 않게 이혼서류를 집어 들었다.
그 마지막 페이지에는 심은우의 사인이 있었다.
날짜는 한 달 전, 심은우가 출장 갔다가 돌아온 날이었다.
그날 그녀는 많은 서류를 들고 심은우의 사무실에 들어와 사인을 요구했다. 그때 그녀는 아주 평온했고 심은우가 서명하는 것을 미소 지으며 지켜보았다.
“이혼 숙려기간이 끝났어요. 지현이가 돌아오면, 두 사람은 법원에 가서 이혼하면 됩니다. 그럼 드디어 이 모든 게 끝나는 거예요.”
고유진이 말했다.
심은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유진이 계속 말했다.
“지현이가 심은우 씨 어머님과 합의한 보상금에 대해 말했어요. 만약 한 푼이라도 더 뜯어가려 한다면 끝까지 상대해주겠다고요. 당신 애인은 당신이 바람을 피운 증거를 꽤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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