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
조금 전까지만 해도 뉘우치는 듯 흐느껴 울던 구서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후회와 슬픔, 미안함이 마치 벽지가 벗겨지듯 하나씩 떨어져 나가더니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어두운 본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은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재빨리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정말이야? 진짜 맞아?”
그러나 윤지현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구서희는 심은우의 반응에 자극을 받아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럴 리가 없어. 그 호텔은 철저한 사생활 보호로 유명해. 게다가 방도 외진 곳에 있어서 아무도 올 리가 없다고. 도대체 누가 널 구했단 말이야? 누구야?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윤지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그를 신이라고 하고 싶다면 확실히 그 사람은 신이 맞는 것 같아.”
그의 손끝에서 느껴졌던 은은한 향기, 그가 다정하게 이제 안전하다고 말해 주던 순간,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과도 같았다. 듬직하고 눈부시도록 빛나는 존재였다.
구서희는 미친 사람처럼 외쳤다.
“말도 안 돼. 그런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 네가 그냥 오빠한테 더럽혀지지 않았다고 믿게 만들고 싶은 거잖아.”
윤지현은 차가운 비웃음을 흘렸다.
“나는 심은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아. 만약 내가 정말로 끔찍한 일을 당했다면 더럽혀진 건 내가 아닌 가해자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시한 너 같은 인간들이야!”
구서희가 순간 말을 잃고 멈칫했다. 그러나 곧 분노로 미쳐버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헛소리 그만하고, 그 사람 있다고 했지? 그럼 불러와 봐. 네가 말하는 그 신을 모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소환해 보라고.”
윤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도현을 밝힐 수는 없었다.
그런 사람은 분명 이런 저급한 소동에 휘말리기를 원하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도 그녀가 그를 끌어들여 곤란하게 만든다면 그야말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왜 대답 못 해? 역시 거짓말이었지?”
윤지현이 침묵하자 구서희는 더욱 거세게 몰아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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