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죽어버리면 재미가 없다. 윤지현이 에이즈라도 걸려서 죽기보다 못하게 고통 속에서 살게 만들어야 재미가 있다.
그때, 강혜경이 다가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서희야, 이리 와봐. 아줌마가 사람들 좀 소개해줄게.”
그녀는 구서희의 팔을 살짝 끌며 목소리를 낮췄다.
“일은 잘 끝났니? 위자료 합의서에 그 애가 사인했어?”
구서희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당연하죠. 아줌마, 내일 바로 서류를 드릴게요.”
“잘했어, 우리 서희가 최고야.”
강혜경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별거 아니에요. 아줌마의 걱정을 덜어 드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죠.”
“진짜 착한 아이구나. 이제 곧 나한테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알지?”
“지금 바로 불러볼까요? 어머님.”
둘은 눈을 마주치고 웃음을 터뜨렸다.
구서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그 년은 죽었을 텐데 합의서가 뭐가 중요해?’
그 시각, 심은우는 지인들과의 인사를 간신히 마치고 답답한 마음에 발코니로 나갔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며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직 부모님 댁에 있다고? 단 한 번도 밖에 안 나왔다고? 그래, 알았어.”
전화를 끊은 그는 심하게 찌푸린 얼굴로 담배를 다 피우고서야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오빠, 이거 좀 봐줘. 임 씨 사모님이 기증한 핑크 다이아몬드 너무 예뻐. 디자인이 무척 특별해. 유 씨 사모님의 반지도 나쁘지 않네...”
구서희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와 경매품 카탈로그를 흔들며 수다를 이어갔다.
“다 괜찮네.”
심은우는 관심이 없어 대충 눈으로 흘겨보고 대꾸했다.
그런데 시선을 돌린 뒤 문득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핑크 다이아몬드가 왜 이렇게 눈에 익지...
“카탈로그 좀 줘봐.”
“여깄어.”
구서희는 기뻐서 덥석 책자를 건넸다.
심은우는 핑크 다이아몬드가 있는 페이지로 넘기고는 눈썹을 찌푸렸다. 틀림없다. 이건 작년 결혼기념일에 윤지현에게 선물하려고 심은우가 이탈리아에서 특별 주문한 세트였다. 세상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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