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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장

정말 그렇게 되면 그녀는 이다빈이 창피를 당하는 걸 볼 수 없었다. "그래." 이다빈은 피아노 앞에 앉아 섬섬옥수로 가볍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눈을 감았다가 서서히 뜨면서 천천히 손을 들어 마치 깃털처럼 피아노 건반에 내렸는데 가끔은 번개처럼 빨랐고 가끔은 아주 느리고 서정적이었다. 딩딩동동 큰 구슬, 작은 구슬이 옥쟁반에 떨어져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숨을 몇 번 쉬는 동안,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다빈의 연주에 흠뻑 빠졌다. 그들은 폭우가 오기 전의 번개와 우뢰소리를 들었고 옥구슬 같은 빗방울이 파초잎을 치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고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호수에 떨어지는 소리도 들었다... 갖은소리들이 그들의 머릿속에서 장면을 그려냈다. "둥-"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소리가 멈췄다. 비가 그친 뒤 새가 재잘거리는 장면... 무지개가 나오면서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을 떠다니는 것 같았다...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여음이 계속 들렸고 여운이 남아 있었다. 회관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백설현은 입을 크게 벌리고 다물지 못했는데 이다빈의 피아노 실력에 놀란 게 분명했다. "꿀꺽-" 장현민은 침을 꿀꺽 삼키고 옆에 있는 조옥빈한테 말했다. "세상에! 듣자 하니 실력이 너보다 더 뛰어난 것 같은데?" 장현민은 그제야 조옥빈이 자신한테 가당치 않다는 말을 이해했다. "같은 게 아니라 사실이야." 조옥빈은 부드럽게 웃었고 시선을 이다빈한테서 옮긴 적이 없었다. 장현민은 순간 뭔가 떠올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옥빈을 쳐다보았다. "네가 전에 동년배중에 피아노로는 한 사람 말고 누구한테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너뿐만이 아니라 네 후배들도 피아노 협회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그 사람한테만 굴복한다고 했잖아. 그 사람이 설마- 이다빈이야?!" 조옥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답을 들은 장현민은 깜짝 놀라더니 이내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아주 불쌍한 눈빛으로 백설현을 쳐다보았다. "백 퀸카가 아주 제대로 걸렸네,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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