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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장

“어머니, 제가 맥을 한 번 짚어 드릴게요.” 그 말에 미보현은 의아한 눈초리로 물었다. “의술도 알아?” 이다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한 번 봐 볼게요.” 미보현은 거절을 하지 않고 이다빈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줬다. 최현식은 최이나의 옆으로 다가와 단둘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물었다. “이다빈이 의술도 능통해?” “나도 방금 연회장에서 안 사실이에요.” 최이나는 멀뚱멀뚱 이다빈을 쳐다보았다. “아빠, 이다빈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어쩜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 최현식은 이다빈을 쳐다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맥을 짚고 난 이다빈은 미보현의 손을 놓았다. “어머니가 아마도 어릴 적에 극심한 병을 앓은 적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 때문에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거죠?” 미보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알았어?” 그 말을 최이나가 얘기한 적이 없는 이상 이다빈이 알 리가 없었다. “방금 제가 맥을 짚어 드렸잖아요.” 이다빈이 답했다. 맥만 짚었는데 알았다고! 미보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세 살쯤 되던 해에 시골로 놀러 갔었는데 무슨 독충에 물렸는지 보름 동안 고열이 났었어. 현청 병원에서 시 병원으로 옮겨가며 치료를 했었긴 했지만 그닥 효과는 없었거든. 그러다 나중에 어머니가 신할머니를 모셔 와서는 펄펄 뛰며 악귀를 물리친다고 난리를 피웠지만 그것도 별 소용은 없었어. 아무튼 꽤 오래 질질 끌다 그나마 차차 나아졌던 거야. 그때부터 몸이 안 좋아지면서 여름에 찬물에 손도 댈 수 없을 정도가 됐어. 내가 조금 아쉬운 얘기 하나 해줄까. 나는 그때 이후로 시원한 음료수를 마셔본 적이 없었어.” 미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젊을 때 시원한 음료수를 즐겨마시는 사람들이 없을 텐데 특히 한여름에는 온몸에 땀이 흐를 때면 시원한 게 더욱 땡기기 마련이다. 이다빈은 미보현의 손등을 두드렸다. “어머니, 곧 있으면 건강이 회복될 거니까 그 아쉬움을 푸세요.” “너도 참. 위로하지 않아도 돼. 내 몸을 내가 모를까? 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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