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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장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다빈은 재빨리 뒤로 몇 걸음 물러나 박현우의 손을 피했다. “도대체 뭘 숨기는 거지? 단순히 산책하러 나간 것 같지 않은데.” 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자꾸만 그의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다빈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네. 맞아요. 친구랑 한잔하고 왔어요. 그것도 이성 친구랑요. 박현우 씨한테 말하지 않은 건 박현우 씨가 오해할까 봐서가 아니라, 괜히 불필요한 골칫거리를 야기하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매번 제가 이성 친구를 만날 때마다 저를 비꼬잖아요. 아니에요?” 박현우는 그가 언제 그랬었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입술을 앙다물고 삐쳐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니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박현우가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미안해. 꼬치꼬치 캐물어서. 앞으론 네 말 믿을게.” “네. 사과 받아들일게요. 박현우 씨도 제가 걱정돼서 그랬겠죠. 저 진짜 졸려요. 이제 자야겠어요.” 이다빈은 등을 돌린 채 그를 바라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제 방에서 나가라는 뉘앙스였다. “그럼 일찍 자. 귀찮게 하지 않을게.” 박현우가 방에서 나갔다. 방문이 완전히 닫히고서야 이다빈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들킬 뻔했다. 머리가 점점 어지럽고 졸음이 몰려왔던 터라 빨리 샤워하고 자야 했다. 그녀는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욕실에 들어가서 샤워기를 틀었다. “아야... 까먹었네.” 이마의 상처를 그만 깜박하고 샤워기를 틀자, 물이 순식간에 상처를 흠뻑 적셨다. 물기를 닦은 뒤 이다빈은 빠르게 샤워하고 침대에 올라갔다. 피곤했는지 이불을 덮기 무섭게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방 교수에게서 아주 중요한 연구 결과가 나왔으니 연구소에 들리라는 전화가 걸려 왔다. 연구소로 가는 길에 이다빈은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했다. 그저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반 시간 후 연구소에 도착하고 한 무리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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