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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주희진은 화가 치밀어 오르고 마음이 아팠다

영은은 소남의 팔짱을 낀 채, 마치 공주라도 된 양 부드러운 레드카펫을 따라 걸어갔다. 호텔 예식장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했으며 아름다운 자태의 여인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소남은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누군가 자신을 축하하는 말에 그는 마치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예식장 안의 플래시램프가 줄줄이 터지며 남녀 주인공의 금실 좋은 모습과 함께 두 가문의 결합 순간을 포착하려 했다. 문씨 일가와 임씨 일가는 누구랄 것 없이 기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특히 문 노인은 남색 계열의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매우 정정해 보인 데다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었다. 문 노인은 어제 손자인 소남이 임씨 집안 딸과 약혼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났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약혼식을 치르게 하려고 비상수단을 동원할 생각까지 했었다. 문 노인의 눈에는, 문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결합은 절대 손해가 없는 장사였다. 따라서 그까짓 여자 하나 때문에 임영은과의 결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남은 문 노인이 비상수단을 쓸 틈도 없이 고택에 나타나 순순히 약혼하겠다며 자신의 뜻을 굽혔다.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했고, 결혼으로 얻는 이익도 클 것을 알기에 약혼을 결정했다고 말한 것이었다. 문 노인은 그의 말에 뛸 듯이 기뻐했다. 약혼식 현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주희진뿐이었다. 그녀는 단정한 예복을 입은 소남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정장을 입은 소남은 평소보다 더 멋지고 차분해 보였다. 그 우아함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는 이상한 예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자기 딸 영은은 소남의 팔짱을 끼고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치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소남은 약혼식인데도 불구하고 무심하고 냉담한 표정이었다. 조금도 웃고 싶지 않아 보였다. 희진의 눈에 그는 절대 자기 딸의 좋은 인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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