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8화 난 네가 찾는 사람이 아니야

소남은 원아가 불안해하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원아는 씁쓸히 웃었다. 그녀는 발끝을 세우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나와 아이들은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남은 고개를 숙이고 원아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이윽고 소남은 차를 몰고 떠났다. 원아는 이 층에 서서 그 벤틀리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슴이 시큰거렸다. 지금 소남과 영은의 만남에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모든 것이 연기인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원아는 그냥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밤이었다. 영은은 오늘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녀는 고급 차를 몰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려는데, 차 앞쪽에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렸다. 남자 하나가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아파 죽겠네! 모두 빨리 와봐요. 이 차가 사람을 치었어요…….” 영은은 깜짝 놀라 황급히 문을 열고 내렸다. 옷차림이 남루하고 머리가 헝클어진 중년 남자가 차 앞에 반쯤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그의 팔과 허벅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를 본 임영은은 이 남자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행색이 너무 더러워 구역질이 날 것 같아 얼른 고개를 돌렸다. 영은은 자신의 차 속도가 매우 느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을 칠 만한 속도가 아니었다. 이 사람이 연기를 하는 것이 분명했다. 전 같으면 영은은 상대에게 한바탕 분풀이를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소남과의 데이트 시간에 늦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에서 돈 몇만 원을 꺼내 남자에게 던졌다. “돈 가지고 빨리 꺼져.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 그는 피 묻은 팔로 재빨리 돈을 집어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영은을 바라보았을 때 두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는 더는 연기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더니 영은의 다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