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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그립감이 좋았다

이강은 지친 표정으로 실눈을 뜨며 원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16, 17살 때의 너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는데, 지금 네 몸에는 가시가 가득 박혀있네. 다른 사람들한테 진실을 들키게 되면 나타나는 그런 가시 말이야.” 이강이 내뱉는 수치스러운 말들을 듣자, 원아는 그가 어제 자신에게 쏘아붙인 살벌한 말들이 떠올랐다. 말이라는 건 감정이 있어서, 예리한 말들은 사람의 마음 아프게 콕콕 찌르곤 했다. 그 말들은 원아의 심장에 수천 수만개의 구멍을 냈고, 그녀의 심장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원아의 심장은 그대로 죽어버렸다. “출근 시간 다 됐어.” 원아는 그를 스쳐 지나가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강은 그런 그녀의 손목을 단번에 낚아챘다. 그것도 엄청 세게. 그는 억지로 원아를 다시 앞으로 끌고 오더니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녀에게 낮게 소리쳤다. “말도 제대로 안 해놓고 출근은 무슨 출근?” 그때, 이연이 갑자기 그들 앞에 나타났다.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야? 원아 그만 놓아줘!” 원아는 회사에서 요구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비록 굽이 높은 구두는 아니었지만, 굽이 낮다고 신발이 안정적인 건 아니었다. 이강에게 끌려진 그녀는 그만 오른발을 삐어버리고 말았다. 원아는 아픔을 참으며 이연이 이강을 잡고 있는 틈을 타 잡힌 손을 빼냈다. 그 후, 그녀는 왼손에 끼여진 반지를 빼더니 그것을 이강의 얼굴에 단단히 던져버렸다! 원아는 다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 “오늘부터 너랑 나랑은 끝이야.” 원아의 말투는 무척 침착했다. 너무 화났지만 그래도 이 악물고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 아니면 처참하게 지게 될 테니까! 5년이란 시간 동안, 가장 많이 가식을 떨던 사람은 이강과 원선미였다. 이연은 이미 원선미랑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오빠에게 충고를 했었다. 그리고 이강도 원선미랑 만난 적 없다고 정확하게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원아는 자기야말로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처참하게 속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걸 발견했다. 지금 이 순간, 원선미는 회사 앞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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