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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여긴 분명 그녀의 집이다.

문훈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아빠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아빠에게 제대로 상처를 줬다는 걸 알고 있다. 훈아는 쓸쓸한 아빠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원원이는 위에서 내려오더니 오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아빠 갔어. 내 말에 상처받았을 거야.” 아이는 자책하며 고개를 숙였다. 훈아는 불편한 마음으로 동생에게 대답했다. “오빠, 나 원아 아줌마 보고 싶어.” 아빠 같은 건 재미도 없고 맛도 없었다. 무서운 표정으로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선생님보다도 더 싫었다. 문원원은 주말에 아빠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원아 아줌마는 다르다. 원아 아줌마는 예뻤고 몸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원원아, 원아 아줌마 있는 곳에 데려다줄까? 나, 원아 아줌마 어디에 사는지 알아!” 문훈아는 말을 하더니 동생의 손을 잡았다. 문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는 죽이 척척 맞았다. 두 사람은 바로 나와서 택시를 잡았다. 그들은 주소를 말한 뒤 원아가 살고 있는 단지로 향했다. 택시 뒤에서는 문씨 집안의 기사가 미행하고 있었다. 택시가 ‘수성 아파트’라는 단지에 도착하자 그들을 미행하던 기사는 문소남에게 전화했다. “대표님, 작은 도련님과 작은 아가씨는 ‘수성 아파트’라는 곳에 왔습니다. 지금 단지 입구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기사님은 눈에 불을 켠 듯 두 아이를 주시했다. “오빠, 원아 아줌마한테 전화해 볼까?” 원원이는 고개를 들어 동네 입구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 원원이는 조금 무서워졌다. 훈아도 원아 아줌마가 여기에 살고 있는 것만 알았지, 그녀가 몇 동 몇 층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문훈아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길가에 세워진 문씨 집안의 차를 봤다. 아빠가 사람을 붙여 그들은 감시할 거라는 건 이미 예측하고 있던 일이었다. 훈아는 동생을 데리고 공중전화에 가서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그러던 그때 훈아는 원아 아줌마를 발견했다. 원아는 서로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 제자리에 얼어버렸다. 대표님의 아이들은 왜 자꾸 여기에 오는 거지? 원아는 두 아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면 사람들이 보기 좋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또 무슨 스토리를 만들어 소문을 낼지 모른다. 최악의 결과로는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원아는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걸어가더니 순진한 표정을 짓는 두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기는 왜 왔어?” “나, 나 동생 데리고 택시 타고 왔어! 아빠랑 싸워서 아빠가 화냈는데, 동생이 놀라서… 우리 갈 곳이 없어.” 문훈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에 남기 위해서는 아빠의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원아는 허리를 숙여 아이의 불쌍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훈아의 말랑한 볼을 만지더니 걱정스럽게 말했다. “말 들어야지. 집에 들어가. 부자의 싸움은 칼로 물베기야. 아빠도 홧김에 그랬던 걸 거야. 지금쯤 아마 화낸 걸 후회하고 있을걸?” 아빠에게 혼난 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봤자 결국에는 남의 아이다. 그녀가 그들 일에 나설 자격은 없었다. 남을 수 있는 이유가 사라지자 문훈아는 할 수 없이 동생의 손을 꽉 잡았다. 원원이는 신의 명령이라도 받은 듯 고개를 숙이더니 입을 삐죽 내밀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툭 건들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알겠어. 아줌마 귀찮게 안 할게. 그럼 동생 데리고 먼저 갈게……” 문훈아는 고집스럽게 동생의 손을 잡으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원원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빠가 끌어당기자 원원이는 그 힘에 바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직 어렸던 원원이는 피부가 얇았다. 거친 돌멩이에 부딪힌 그녀는 무릎이 까지고 말았다. “엉엉……”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원아는 넘어진 원원이를 끌어안더니 등을 툭툭 치며 원원이를 달래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울지 마. 아줌마 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자.” “엉엉……”울고 있던 원원이는 아줌마가 그녀와 오빠를 데리고 집에 간다는 말을 듣더니 바로 울음을 그쳤다. 원원이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더니 원아의 품에 쏙 안겼다. “응, 원아 아줌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원아는 소리 없는 한숨을 쉬었다. 문훈아도 원아를 따라갔다. 집에 오자 원아는 원원이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아이들이 신을 슬리퍼를 꺼냈다. 문훈아와 원원이는 자기의 발보다 몇 배 큰 슬리퍼를 신고 방을 돌아다녔다. 그들은 원룸 정도의 크기인 집을 순식간에 둘러보았다. 문씨 저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그들은 이 집이 좋았다. “원원아, 여기에 앉아봐.” 원아는 구급상자를 꺼냈다. 원원이도 고분고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조금만 참아, 아프면 말해.” 원아는 구급상자에서 약, 면봉, 거즈를 꺼냈다. 아이의 무릎에는 손톱만 한 상처가 나 있었다. 문훈아는 옆에 서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동생의 어깨를 토닥였다. 동생도 꿋꿋하게 아픔을 참아냈다. 원원이는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원원이는 눈살만 찌푸리며 다리에 거즈를 다 감을 때까지 참고 있었다. “이거 예뻐.” 원원이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무릎을 바라보았다. 반창고와 거즈로 묶은 리본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원아는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11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점심은 먹었어?” 원아가 물었다. 문훈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티비 보고 있어. 점심 만들어 줄게. 뭐 먹고 싶어?” 원아는 티비를 키더니 애니메이션을 찾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확인했다. 문훈아는 원원이를 바라봤다. “원원이는 치킨 먹고 싶데. 나는 다 상관없어. 난 편식 안 해.” 훈아의 말에 원원이도 대뜸 말했다. “나도 편식 안 해!” 그녀를 키우는 아주 건 쉬웠다. 밥만 배불리 먹으면 됐으니까. 원아의 계획은 애들 배불리 먹이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밥을 하는 데 20분이 걸린다. 그녀는 문소남의 번호를 저장한 적이 없었다. 기억하기 쉬운 11자리 숫자인 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하지만 번호의 주인이 너무 차가운 사람인 바람에 원아는 그 번호가 기억나지도 않았고 그 번호를 기억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두 아이가 택시 타고 여기에 온 거면 분명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겠지. 아니면 몰래 따라가 무사히 집에 들어가는 모습 보고 돌아와도 된다고 생각했다. 원아는 반찬 세 개와 국 하나를 준비했다. 담백한 건강식이다. 원아는 요리에 자신이 있었다. 두 아이에게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열쇠를 챙기더니 치킨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 집 아래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있었다. 깔끔하고 위생적인 곳인 것 같았다. 원아는 준비한 음식이 식을까 빠르게 치킨을 사고 집으로 돌아갔다. 원아는 문을 열었다. 그녀는 원원이가 문 여는 소리를 듣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문 앞에서 자기를 기다릴 줄 알았다. 하지만 성숙하고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원아의 눈에 들어왔다. 웃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깜짝 놀란 그녀는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분명 그녀의 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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