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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간신히 생각 정리를 마친 한가연은 다시 병실로 돌아갔고 차수현은 얼른 출근하러 가라며 그녀를 독촉했다. “가연아, 얼른 가, 출근해야지, 여긴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분들도 다 계시니까 난 괜찮아, 나 때문에 네 일이 방해를 받으면 안 되잖아.” 한가연은 오늘 하루 연차를 내고 차수현 옆에 같이 있어줄 생각이였지만 이렇게까지 확고한 차수현을 보며 출근하러 가기로 했다. 한가연이 떠난 후 병실에 혼자 남게 된 차수현은 새하얀 병원 천장을 쳐다보며 한참 동안 멍을 때렸다. 방금 전 육무진이 했던 말이 너무 의외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온은수가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일을 했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차수현을 죽도록 싫어하고 심지어 뱃속의 아이한테도 잡종이라며 하찮게 대하던 온은수가 아니였던가? 그런 아이가 없어진다면 차라리 기뻐서 춤이라도 춰야 정상일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수현은 단 한 번도 온은수라는 사람을 제대로 파악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온은수는 좋고 싫은 건 늘 명확한 사람인 건 확실하고 이제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그녀도 결코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온은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죄송해요, 제가 오해를 했어요. 그날 의사 선생님을 찾아줘서 고마워요.” 잔뜩 저기압이 된 얼굴로 회사에 복귀한 온은수는 오자마자 업무 보고를 하러 온 경리와 총감을 된 통 혼냈고 불같이 화를 내는 온은수 앞에서 직원들은 숨쉬는 것 조차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다른 직원들도 잔뜩 날이 서있는 대표의 모습을 보며 하나같이 바른 자세로 자리에 앉아있었으며 행여나 성난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 자신한테 불똥이 튈까 조바심에 긴장한 분위기였다. 모두가 겁에 질려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온은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를 스윽 확인하던 온은수의 얼굴이 조금전 울그락 불그락하던 기색과는 달리 조금 진정이 되는듯 싶었다. 차수현 이 여자,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지 먹구름이 잔뜩 꼈던 온은수의 얼굴색이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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